'엘리엇 사건' ISDS, 韓 한미FTA 위반 인정…법무부 "면밀 분석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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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6-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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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엘리엇. [사진=연합뉴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 1조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서 중재판정부는 우리나라 정부가 한·미 FTA협정상 '최소기준 대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의 판정 요지서를 공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엘리엇 사건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순수한 상업적 행위에 불과하고 이를 곧 국가의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국민연금투자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심의·표결한 점 △약 11%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만으로 합병이 의결됐다거나 그로 인해 엘리엇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실제 주가가 아닌 주식의 내적가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먼저 국민연금은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행위는 우리 정부에 귀속된다고 봤다.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법률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에 귀속되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한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복지부 관계자 등이 국민연금의 합병표결에 개입한 행위는 협정상 국가 책임의 근거가 되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의 국내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협정상 '최소기준 대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미 FTA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한 국제관습법상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대우를 최소기준 대우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11%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합병에 관해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합병이 부결됐더라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기각하고,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측 최초 청구 금액 약 7억7000만 달러(약 9917억원) 중 약 7%만을 인용해 우리 정부 측에 손해배상으로 약 5358만 달러(약 690억원), 법률비용으로 약 2890만 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재 당사자는 관할 흠결,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사건의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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