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빠르게 식어가는 한국 제조업 …다시 군불을 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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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입력 2023-06-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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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교수]

 
 제조업 생산지수(원계열)가 3분기 연속 쪼그라들었다. 2022년 2분기 114.1에서 3분기 108.8, 4분기 107.1, 그리고 2023년 1분기 98.8을 기록했다. 금년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가 98.8이라는 것은 2020년을 100으로 볼 때 그보다도 생산이 적다는 것인데 사실 2019년 3분기 99.9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이 축소되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 제조업 생산지수가 3분기 연속 하강한 것은 1975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약 50년 동안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78.7에서 2008년 3분기 74.6, 4분기 69.6, 그리고 2009년 1분기 63.5까지 연속 3분기 추락했다. 이 금융위기 당시 제조업 생산지수가 떨어진 지수 낙폭은 15.2로 지금 낙폭 15.3과 같다. 악명 높았던 IMF 때에도 제조업 생산지수는 1997년 4분기 34.8에서 1998년 1분기 30.1로 한 분기밖에 추락하지 않았다.
 
제조업 업종별로 보면 26개 제조업종 중에서 절반 이상인 15개 업종이 2020년보다 저조하다. 목재나무제품은 78.1, 가구는 79.0로 낮다. 섬유는 92.8, 의약품 제외한 화학품은 89.2, 비금속광물은 88.1, 철강이 속한 1차 금속은 97.6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 컴퓨터 제조업은 2021년 3분기에 133을 넘던 것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금년 1분기에는 88.9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2020년보다 생산 수준이 높은 부문도 있다. 자동차가 126.5, 의료용품 및 의약품제조가 121.4, 기타운송장비가 121.2로 높다. 담배 102.9, 의료정밀기기 112.7, 전기장비 106.2도 2020년보다 낫다. 그렇지만 절반 이상의 제조업 생산은 2019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분기별 제조업 생산지수 추이/통계청] 

 
걱정되는 것은 금년 2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가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최근에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9.0%로 나왔는데 2월과 3월 수치인 –8.4%와 –7.7%보다 더 나쁜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이 점점 더 나빠진다는 증거일 수 있다. 만약 2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가 1분기보다 더 나빠진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긴 4분기 연속 제조업생산지수 하락으로 기록될 것이다.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한 것은 절반 이상의 제조업에서 생산 기반 혹은 생산 잠재력이 침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이 부진해지면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 년을 보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떨어져왔다. 2012년 27.8%에서 5년 뒤인 2017년에는 26.9%, 그리고 2022년에는 25.6%로 낮아졌다. 꼭 5년에 1% 포인트씩 낮아져 경제성장률이 10년에 1%포인트씩 떨어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그 수치가 2023년 1분기에는 24.0으로 폭락했다. 1년이 채 안 되는 동안 1.6%포인트 떨어진 것이니 최근 제조업 충격이 얼마만큼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역대급 제조업 침강에도 불구하고 별로 개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진국 산업구조와 우리를 비교하면서 선진국이 되려면 오히려 제조업 비중은 더 낮아지고 서비스업 비중이 더 높아져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2020년 기준 서비스 산업 비중이 미국 79.8%, 영국 79.7%, 프랑스 78.9%인 데 비해 한국은 62.3%에 불과하므로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이들은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렇지가 않다. 할 수만 있다면야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혼동하면 안 되는 것은 제조업 비중을 낮춘다거나 혹은 제조업 비중이 낮아진다고 자동적으로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서비스업 비중이 낮아진 대표적 사례가 2019~2020년이다. 그 기간 중 제조업 비중은 25.2%에서 24.8%로 0.4%포인트 낮아졌고 서비스업 비중도 57.2%에서 57.0%로 0.2%포인트 낮아졌다. 2015~2016년도 그랬다. 제조업 비중은 26.6%에서 26.4%로 낮아졌고 서비스업 비중도 55.6%에서 55.4%로 낮아졌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제조업 비중이 같이 높아진 예도 허다하다. 2021~2022년만 보더라도 서비스업 비중이 56.8%에서 58.0%로 1.2%포인트 올라가는 동안 제조업 비중도 25.5%에서 25.6%로 올라갔다. 2010~2011년에도 서비스업 비중이 55.1%에서 56.2%로 1.1%포인트 올라가는 동안 제조업 비중도 27.4%에서 28.2%로 0.8%포인트 상승했다. 2007~2008년도 그렇다. 서비스업 비중은 55.1%에서 56.2%로 1.2%포인트 올라갔고 동시에 제조업도 25.5%에서 25.6%로 0.1%포인트 올라갔다. 1999~2000년도 그렇다. 서비스업 비중이 51.6%에서 변동이 없는 사이 제조업 비중은 25.7%에서 26.4%로 0.7%포인트나 올랐다. 1992~1994년도 그렇다. 서비스업 비중이 48.5%에서 49.2%로 0.7%포인트 오르는 동안 제조업 비중도 24.4%에서 25.3%로 0.9%포인트 올랐다. 아마 가장 극적인 경우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이었다고 할 1983~1987년이다. 이 기간 중 서비스업 비중은 43.0%에서 45.0%로 2.0%포인트 올랐는데 제조업 비중은 23.0%에서 26.7%로 3.7%나 올랐다. 이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호 대체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서비스업이 잘 되어야 제조업도 잘 되고 또 제조업이 잘 되어야 서비스업도 활황이라는 것을 역사적 통계가 잘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 비중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는 현상으로 보거나 혹은 서비스업 비중이 커져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의 현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정답은 제조업 비중도 높이고 서비스업 비중도 높여야 한다. 그것도 2007~2008년이나 2021~2022년이나 1999~2000년과 같이 경제가 축소되면서가 아니라 2010~2011년이나 1983~1987년과 같이 경제가 성장하면서 두 산업 비중이 커져야 한다. 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지만 역사적인 데이터가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를 넘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 서비스업 비중은 훨씬 낮고 제조업 비중은 높지만 꼭 미국이나 영국을 따라 갈 필요는 없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서비스업 비중은 3~4% 낮지만 제조업 비중은 3~4% 더 높다. 독일이나 스위스 정도만 되어도 충분한 선진국이다.
 
독일이나 스위스 제조업 비중은 25%대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내용이나 질은 우리와 다르다. 자본력이나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우리보다 크게 높다. 일단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제조업의 생산성을 탄탄하게 올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온통 나라가 반도체나 이차전지에만 쏠릴 필요는 없다. 전통산업인 철강도 있어야 하고 화학도 있어야 하며 섬유나 목재도 없으면 안 된다. 몇몇 산업에 온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몰빵 쏠림 작전은 길게 보는 전략도 아니고 또 지금까지 수출로 나라를 먹여살려왔던 제조업 유공자를 위한 배려도 아니다. 낙후된 우리나라 제조업 인력을 독일이나 스위스로 견학을 보내 우리가 얼마만큼 뒤떨어져 있는지를 체감하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전업할 것은 전업하되 살릴 수 있는 제조업은 살려줘야 한다. 국가 자원을 동원하여 자본력도 키워주고 교육기관의 제조업 인재 역량도 확대시켜줘야 한다. 서비스업 육성만이 나라의 미래인 양 생각하는 것은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편협한 단견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제조업 육성이 없으면 서비스업 육성도 없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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