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가동률 60%' 공장 식어가는데 쌓인 재고는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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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5-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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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강도 높은 감산을 실행했음에도 재고 자산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는 등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위축 영향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면서 차츰 재고와 가동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강도 높은 감산을 단행한 상황에서 자칫 올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극도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당장 재고 관리에 실패했다. 올해 3월 말 삼성전기의 재고자산 규모는 8145억원(별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7029억원 대비 3개월 만에 1116억원(15.88%)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삼성전기가 1분기 생산설비가동률을 60% 안팎까지 낮췄음에도 재고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삼성전기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부문, 카메라·통신모듈을 생산하는 광학통신솔루션 부문,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 등 3개다. 이들 3개 사업부문은 각기 생산능력이 달라 각각 가동률을 따로 산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57% 컴포넌트 부문은 59%,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은 63%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이 100%, 컴포넌트 부문이 70% 가동률을 기록한 것과 큰 차이다. 다만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1분기에도 61%로 올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가동률 60% 수준이면 극심한 감산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감산을 선언했던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전체 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인력 감축이나 설비 매각 등 극단적 조치가 아니면 단번에 가동률을 낮추기가 더 어려워 서서히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도 극도로 감산을 단행하고 있는 삼성전기가 올해 재고를 더 줄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연초보다 글로벌 경기위축 영향이 크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아직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많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도 재고가 많으면 가격 상승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올해 추가적인 변수가 발생하면 삼성전기 등 극도로 감산을 단행한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극도로 감산을 하고 있는 만큼 인력 감축 등 극단적 조치를 병행하지 않고서는 추가적인 경영전략을 단행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악재뿐 아니라 호재에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동률을 크게 줄인 만큼 이를 다시 급격히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가까운 미래에 호황이 도래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기 경쟁자들이 호황의 수혜를 독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전기는 전자제품 수요 위축 국면에서도 MLCC 등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용량의 MLCC를 최근 개발하는 등 하이엔드급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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