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김남국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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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3-05-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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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교수]




꼴이 볼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행동거지를 비웃을 때 “가관(可觀)”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꼴불견’, ‘꼴값’정도 되겠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을 감싸는 더불어민주당 강성 의원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만의 끝없는 정신 승리가 가관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민주당 인사들은 한 치도 어긋남 없는 경로를 따르고 있다. 이것도 일관성이라고 해야 하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양이원영 의원) “(김남국 의원) 소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제발 사냥하지 말자. 우리끼리라도!”(유정주 의원) 여기에 “지금 도덕성 따질 때냐”는 낯 뜨거운 막말까지 더해진다. 진보를 자처하며 도덕적 우위를 강조해왔던 민주당이 맞나 싶다. 진보의 핵심 가치인 도덕성마저 거추장스러운 허울로 인식하는 도덕 불감증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 합리적이며 건강한 비판마저 ‘수박’ ‘배신자’ ‘사냥’으로 공격하는 습속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민주당은 여러 도덕적 위기에 직면했다. 조국 자녀 입시비리,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문, 이재명 대표 대장동개발사업 비리 의혹, 노웅래 의원 금품 수수의혹,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 김남국 의원 ‘60억 원 코인 투자 거래’까지 끝이 없다. 그동안 도덕성 논란은 보수정당 단골메뉴였다. 한데 언제부터인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진 나머지 집단으로 도덕적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이 과해보이지 않는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민주당 붕괴를 우려하는 위기감이 파다하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당당하다.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는 건 물론이고 사법부 불신을 선동하고 있다. 수사 초기에는 정치 검찰에 의한 야당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다,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정치 판사로 매도하는 방식이다. 더욱 가관은 맹목적인 강성 지지층들이다. 이들은 집단 극단화에 매몰된 나머지 자기편은 무오류라며 덮어놓고 감싼다. 나아가 밀리면 끝이라는 진영논리에 가담해 당을 구렁으로 몰고 있다. 자신들이 민주당에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는지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쓰럽다. 국민의힘이 한때 태극기부대에 의해 좌초됐듯 지금 민주당이 그렇다.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과 김남국 코인 파문 와중에도 강성 지지층은 일관된다. 그들은 송영길 전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을 때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송영길‘을 연호했다. 부당하게 탄압받는 정치인으로서 송영길을 외친 것이다. 송 전 대표 또한 정치 검찰에 의한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채 주변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자신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범죄 혐의자에 대한 적법한 수사를 괴롭힌다고 규정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다. 자신을 구속하라는 것 또한 소영웅주의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정해진 수사절차를 따르는 게 상식에 맞다.

코인 거래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지도부 온정주의는 비판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도피성 탈당을 방조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쇄신 총회에서는 국회 윤리특위 제소, 진상조사 미협조 시 복당 불가, 제명 조치 등 강력한 징계 요구가 쏟아졌지만 결의문에는 모두 빠졌다. 당사자는 꼼수 탈당, 지도부는 미봉책으로 일관함으로써 쇄신 의지를 훼손했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 재신임을 요구하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친명계는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김 의원 처리를 놓고 벌이는 내홍이 가관이다.

이날 쇄신 의원총회에서 친명계 의원들은 본질까지 외면했다. 지도부가 공개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는 설문조사에 대해 “표집이 잘못됐다”며 조사 표본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현주소를 확인시키는 아픈 결과임에도 집단 극단화에 빠졌다. 비명계 의원들은 “도덕적 해이는 당이 온정주의에 빠져 자정 능력을 상실한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앞서 “재 창당의 각오로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한 이 대표 발언마저 무색하게 됐다. 친명계 의원들은 ‘김남국 지키기’에 올인했다. 양이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해 “오히려 본인이 재신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공격했다. 586정치인과 친명계 의원들은 서로를 감싸는 ‘이익 공동체’나 다름없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좋은 선배 밑에서 좋은 후배 나는데 민주당 지도부가 청년 정치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로 원죄를 들 수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사법 리스크에 있다 보니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에 있다. 이상민 의원(5선)은 “(쇄신) 결의가 실효성 있으려면 이 대표와 맹종 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 또한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박용진 의원은 쇄신을 위해 이 대표가 ‘개딸’ 등 강성 팬덤과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쓴 소리는 당내 강경파에 묻혀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파 의원들의 ‘김남국 구하기’는 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검찰 ‘기획수사’와 언론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의정활동 중에 가상자산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은 측은하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 프레임을 짜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며 검찰과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검찰이 하라고 시켰나. 혼자 코인 투기를 하다 금융정보분석원에 적발돼 검찰에 넘어온 것을 검찰과 한동훈 작품이라고 하니 실소가 나온다”는 한동훈 장관의 조롱에 오히려 시선이 쏠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건 억울해하고 감쌀 게 아니라 반성하고 쇄신하려는 의지다. 더 이상 가관을 보고 싶지 않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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