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화 첫 관문부터 '깜깜이' 암질심…답답한 기업·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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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입력 2023-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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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가 제공하는 정보가 불충분해 ‘깜깜이 암질심’이라는 불만이 기업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환자들은 항암제가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한 영문을 모른 채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올해 제3차 암질심을 지난 3일 열고 논의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심의한 의약품은 총 8개 품목으로, △엔허투 △메그발·멜스팔 △욘델리스 △다잘렉스 △조스파타 등 5개는 ‘급여기준 설정’, △피크레이 △버제니오 △티쎈트릭 등 3개는 ‘미설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암질심은 기업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한 항암제의 임상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심평원이 운영하는 외부 전문가 조직이다. 급여기준 설정 결과를 받아야 다음 절차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로 넘어갈 수 있다. 즉 설정은 통과, 미설정은 ‘불통’ 통보인 셈이다. 

특히 항암제는 비용 부담 및 환자 영향이 큰 특성을 고려해 다른 의약품과 달리 급여 등재 심사절차 중 반드시 암질심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통과 여부 이외에 회의 내용, 결정 이유, 위원회 구성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회의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이번 암질심에 어떤 품목이 상정되는지도 비밀에 부쳐진다. 

항암제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른 전문위원회와 달리 암질심은 실제 참석 위원이나 논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어, 어떤 배경에서 불합격 결정이 나왔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선 심평원 측에 수차례 문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질심은 심평원 내 다른 전문위원회의 심의 결과 통보 방식과도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회의 종료 후 평가 대상 품목의 가격과 환자 수 등 민감한 수치만 지워진 ‘평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역시 참석한 위원의 실명, 평가 결과 및 그 사유를 상세히 밝힌다. 

기업들은 이러한 암질심의 불투명한 결과 통보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업체들은 암질심 ‘재수’를 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임상시험 및 품목 관련 자료 보완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암질심을 통과한 엔허투와 고배를 마신 피크레이도 재수생이다. 

‘장수생’ 항암제도 적지 않다. 앞서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은 약 1년 동안 3수 끝에 암질심을 통과했다. 폐암치료제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 급여화를 위해 4년 동안 5수를 했다.

암질심을 이처럼 ‘깜깜이’ 형태로 운영하는 취지는 ‘급여 질서 유지’다. 암질심에서 나온 정보들이 이후 약평위,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의 절차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해 공정성·객관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항암제 급여화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암질심 통과 여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암질심은 급여 등재를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 첫 관문인데, 이 단계에서 진전 없이 탈락만 반복하는 사례가 많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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