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대거 사들여도 미국이 함구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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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5-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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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미·중 긴장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인도를 포섭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인권 탄압과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는 정황에 대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태평양에서 인도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이 커진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모디 총리의 소수 종교와 언론 그리고 야당에 대한 탄압 등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눈 감고 있다. 또한 인도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서 문제 제기조차 안 한다.
 
인도의 싱크탱크 옵저버 리서치 파운데이션의 마노즈 조시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 때문에 이 '프리 패스'를 얻었다”며 “아시아에서 규모와 잠재력 면에서 중국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나라는 인도가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인도는 최근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 올랐다. 인도의 참여 없이는 기후변화 등 시급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해 여름 중 모디 총리를 초대해 국빈 만찬을 주최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확고한 입장을 표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으나, 모디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 미국 관리는 인도와 러시아 간 긴밀한 국방 관계를 고려할 때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할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모디 총리를 비판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수준에서 인도 정부와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관리들은 인도가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한 것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오늘날은 전쟁을 위한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인도가 미국의 동맹국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인도는 러시아와 국방, 경제 등의 분야에서 더 밀착했다. 인도는 러시아가 설계한 전투기 250여대, 러시아 잠수함 7대, 러시아 탱크 수백 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저지에도 러시아의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구매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주요 7개국 협정 이행을 거부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자국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개발도상국)를 강조하며 대러시아 제재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미 백악관은 이 모든 것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비판은 커녕 인도 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합리화하는 모습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인도에서 열린 미국·인도 간 회의에서 미국 외교관이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사서 국제 시장에 다시 공급하지 않았다면 유가가 배럴당 180달러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한 번 데인 경험이 있는 점도 인도 비판을 머뭇거리는 이유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우디를 '불가촉천민 국가'(pariah state)로 만들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후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에 허리를 굽혀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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