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멈춘 실거주 의무 폐지…분양권 거래 시장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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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05-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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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분양권 시장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규제지역 해제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내용을 담은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살아나던 분양권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7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줄어 입주 전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다. 이달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재심사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시 갭투자가 다시 성행하면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분양권 거래는 지난 2월 4107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3월 3675건, 4월 360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어도 실거주 의무가 여전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매제한이 완화돼 입주 전 아파트를 팔 수 있지만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최대 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미분양 주택 증가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실거주 의무 폐지로 분양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도 실거주 의무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를 수 있으니 자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1·3 대책 발표 이후 둔촌주공과 장위자이 등 서울 주요 분양 단지 계약률이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또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해져 분양권 거래 등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깡통전세 상황과 맞물려 실거주 의무 폐지가 자칫 갭투자를 자극해 보증금 미반환 문제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법 개정안 논의는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약속하면서 '소급 적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만약 입주 전까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입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 주택을 매도해야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수요자 혼란만 가중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 정책인 만큼 시장 혼란을 막고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속성을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로 인한 부작용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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