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빈 방미] "확장 억제ㆍ국제적 위상 보여줄 듯…진짜 문제는 반도체·IRA"(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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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정연우 기자
입력 2023-04-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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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 이상의 한국식 핵공유 제도화 기대

  • 美에 투자한 게 있어 '주고받기' 요구 가능

  • 공동 성명에 중·러 문제 들어갈까 우려

  • 먼 미래 위해 긴호흡으로 화두 던져야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한·미동맹 재건과 국제 위상 강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장억제’ 관련 부분은 무난히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조건 완화 등 경제 부문과 중국·러시아 등 외교 문제는 과제로 지목됐다.
 
◆ “확장억제, 尹 국빈 방문 구체적 성과”
 
진보와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가 모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년 만에 성사된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 연구부장(교수)은 2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에 대해 “지난 10년간 약화된 한·미 관계를 복원하고 재건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한·미동맹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게 김 부장의 시각이다. 김 부장은 “문 정부는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펼치면서 한·미 관계가 약화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한·미동맹 70주년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국빈 방문”이라며 “동맹 관계 강화와 한국의 국제적인 입지와 위상이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동 대처, 특히 확장억제가 이번 국빈 방문의 구체적인 성과”라고 기대했다. 그는 “중·러 관련 미국의 주문에 어디까지 부응할 지가 주요 관찰점”이라며 “윤 대통령이 미·중·러에 대한 통합되고 조율된 전략을 가지고 회담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빈 방문은 지난해 12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두 번째인데, 그만큼 국가 위상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전략과 인도·태평양(인태) 전략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윤 정부 들어 인태 전략으로 갈아탔다”며 “미국의 정책에 호응하면서 점점 접근한 것인데, 한국과 미국의 흐름이 중간에 결합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외교안보적으로는 확장억제와 핵공유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미국이 적정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빈 방문의 의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라도 안보적으로 충분히 기대하는 정도는 채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장억제는 동맹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보복하겠다는 약속이다. 핵으로 보복하는 핵우산을 미국이 1978년 한국에 제공하기로 문서화했으니 45년이나 된 동맹의 오랜 징표다. 윤 대통령은 방미 첫날 워싱턴 동포간담회에서 “지금의 한·미동맹에서 더 나아가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이정표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공동성명에 중·러 문제 포함 우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정상회담 중점 어젠다는 핵무기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상으로 핵 운용을 같이 하는 것에 더해 확장억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는 상당히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상징적으로는 중요하나 실익이나 중국·러시아 문제가 대차대조표에서 훨씬 손해가 난다. 걱정이 앞서는 정상회담”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벤트로는 풍성하지만 실제 우리가 무엇을 받아내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며 “공동성명에 중국과 러시아 문제가 로이터의 인터뷰처럼 들어간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대량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조건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또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서는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정부에서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를 지냈던 한 전문가는 “북한이나 미국,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문제와 관련해 큰 틀의 담론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거대한 담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정부는 문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가진 것을 반대로 한다는 의미에서 한·미동맹 강화론을 내세웠고, 대선에서 승리해 그런 기조로 나가고 있다”며 “이게 과연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긴 호흡으로 맞는 선택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 “경제 성과 부분적” vs “韓 남는 장사 아냐”
 
양국 경제 현안 해결은 이번 방문의 또 다른 관건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 기업들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에 올렸다. 반도체법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술과 영업비밀을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의 주문대로 따를 경우 대중국 수출에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판매를 늘리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에 우리 기업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구도다.
 
위 전 대사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한국이 가져갈 성과가 부분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 전 대사는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게 있으니 주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사업을 하거나 미국이 중국 공급망을 확인할 때 우리가 호응하는 것이 (미국에) 내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미국이 중국에 추가 투자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해달라고 제안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부가 넷플릭스와 관련해 수주한 것은 업적이 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반도체와 IRA”라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원자력 수출이나 우주협력, 넥플릭스 등 관련 사안은 이미 한·미가 협력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반도체·IRA 관련 현안은 우리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며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중국 투자나 교역을 최소화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아마 미국 측에서는 그렇게 희망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주는 선물은 결국 외교안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한국형 핵우산 공유나 제공 등 보도가 되는 것을 보면 안보 쪽으로 한국에 선물을 주고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경제적인 희생을 혹은 대가를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국 측면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와 대만까지 얹어주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7, 한국이 3정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보를 넘어 경제와 외교까지 다 주는 것이기 때문에 득실 차원에선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 나온 상황에서는 한국이 남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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