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성년후견제도 시행 10주년을 맞이하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입력 2023-04-11 09:5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진=이현곤 변호사]


우리 민법에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돼 시행된 지 올해 10주년이 되는 해다. 성년후견제도는 치매노인과 발달장애인 등의 판단능력과 의사결정을 보충해 이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제도이다. 민법 개정 전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는 치매노인과 발달장애인들에 대하여 법적인 행위를 독자적으로 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성년후견제도는 이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후견인의 보조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성년후견제도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되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도 법원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치매노인을 돕기 위한 목적보다는 자녀들 사이의 재산다툼이 계기가 되어 제기되고 있고, 발달장애인들에 대해서는 그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피후견인을 위한 후견제도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원에서 선임된 후견인 또한 아직까지 후견제도에 대한 인식 미비로 인한 여러 가지 오해와 비협조로 후견활동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고, 가정법원의 감독 또한 인력부족으로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중요하고도 필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사회구조와 가족구조가 어쩔 수 없이 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동안 역할을 해오던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이미 해체된 지 오래다. 노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치매인구의 증가로 나타나게 되고, 후견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그만큼 많아지나 가족제도가 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후견인력과 제도의 정비는 아직까지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후견제도가 아직까지 예상보다 많이 이용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후견제도가 후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성년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잠재수요는 넘치는 상황이고, 후견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지금도 많다. 지금까지 이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걸맞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후견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좋은 후견인의 양성과 후견제도의 정비와 개선에 대한 노력이 앞으로도 더 많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뜻있는 사람들이 후견제도를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왔다. 그 노력들의 결실이 사람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후견제도가 될 수 있도록 성장시키고 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견제도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더욱 더 기대되는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