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호모데우스 시대, 과학은 인류를 이상향으로 이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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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3-04-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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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인간이 선사시대부터 꿈꾸어 왔던 오복(五福) 중에서 으뜸인 장수라는 수명의 양적 확대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수명 연장이 가시권내로 들어오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라는 가치의 문제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적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시대 격변기에 철학자들이 가졌던 고민들을 살펴보면서, 자연의 피동적 진화산물로서의 Life 2.0의 현생인류가 인간 설계에 의한 능동적 Life 3.0의 후생인류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미래사회에 일어날 엄청난 변화와 인간의 달라질 모습에 대한 심각한 고찰이 필요하다.

16세기 토마스 모어(Thomas More)는 “유토피아”라는 책을 발표하였다. '유토피아'는 원래 세상에 '없는 곳(no-place, outopia)'이지만 '좋은 곳(good-place) 완전한 곳’이란 뜻의 ‘에우토피아(eutopia)'라는 반어적 의미가 있다. 유토피아는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체계에 관심을 둔 작품이었다. 당시 유럽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이상사회를 제안하고 있다. 유토피아 사회의 목표는 평등과 쾌락이다. 평등은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정신적·도덕적 조건까지 포함된다. 물질적 조건의 평등이란 의식주와 직결된 생산·소유·분배·향유에서의 평등이며, 정신적 조건의 평등은 교육·학문·여가 등에서의 평등이다. 한편 쾌락이란 육체적 욕구와 정신적 욕구가 충족될 때 느끼는 즐거움이지만, 자신의 쾌락이 남에게 불편과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규범을 지켜야 했다. 공유제의 문제점으로 자발적 의욕과 창의력 저하, 의타심과 나태심의 조장, 권위 부재와 무질서의 초래를 지적하고 의무 노동제를 제안하면서 인간사회의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신아틀란티스”를 17세기에 저술하였다. 플라톤이 언급한 이상향인 아틀란티스는 "헤라클레스의 기둥" 너머에 위치한 해상 국가로, 수도는 3개의 환상운하가 둘러 싸고 있고, 도시는 금과 은으로 덮인 풍요롭고 행복한 국가이었다. 그는 인간의 불행과 비참은 빈곤 때문이며 빈곤은 생산 기술의 낙후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무제한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인간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유명한 “아는 것이 힘이다 Scientia potentia est” 라는 명언을 남길만큼 과학기술의 절대신봉자였고 실용과학의 원조가 되었으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제국주의가 등장하고 세계대전과 같은 대전쟁이 촉발되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추구하는 불편하고 불안한 사회상이 부상하였다. 헉슬리(Aldous Huxley)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반어적으로 이름을 따온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사회비판 소설을 통하여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현대사회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과학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한 나라에서는 인간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등급으로 나누고, '맞춤형'인간을 필요에 따라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식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쾌락을 위해서는 '소마'라는 상비약을 복용하게 하여 행복도 과학기술로 제어하는 사회를 그렸다. 이어 출간한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에서 인구과잉 시대의 미래상을 그리면서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인해 정부와 기업에 집중되는 권력, 심리조작과 암시, 선동이 만연하고 조직우선 행태 등의 예측들이 현대사회의 단면으로 이어져 있음을 경고하였다. 인구 조절과 분권화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윤리적 자유와 관용, 상호 박애의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사회적 혼탁상을 인본주의적 방안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하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명 자체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하지 않다. 과학적인 지식의 본질은 경험적 데이터와 수학적 논리가 복합된 결과일 뿐이며, 과학기술은 사실을 탐구하고 오로지 에너지를 바탕으로 활용을 추구하여 왔다. 따라서 과학기술 자체는 편리성과 효율성이 핵심이며, 인간성이라는 조건이 없다. 과학이 추구해온 실용적 성과가 인간사회의 미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하려면 인본주의적 통찰력으로 질서와 가치측면에서 검토되고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적 지식과 달리 인본적 지식은 인간의 경험과 감수성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의 생명자체를 개조하거나 보수 보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인류의 보편적 수명연장이라는 미증유의 세상을 열고 있다. 또한 인공의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나갈 수 있는 특이점시대로 진입하게 하고, IT와 BT의 발달은 인간의 신체적 역량뿐 아니라 지적 능력에도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애플의 smart phone공급은 인류에게 뇌를 대체할 제2의 뇌를 손에 쥐게 하였고 인류의 일상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더욱 chatGPT의 등장은 인간을 대신하여 데이터자료의 분석과 정리만이 아니라 결론까지 내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동안 자료분석과 정리는 기계의 도움을 받더라도 판단과 결론은 인간 뇌의 고유기능으로 여겨 왔는데 이제 바둑과 같은 게임뿐 아니라 세상 사물과 사태에 대한 평가까지 인공의 기계가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모어의 목표가 인간의 도덕적 완성에 의한 정의 사회의 실현이라면, 베이컨의 목표는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사회 진보의 실현이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세상의 완벽한 해법이 되지 못하고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을 인류는 20세기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의 대가로 역설적인 사회적 혼탁상을 경험함으로써 깨닫게 되었다. 더욱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인공의 기계에 의한 판단과 평가에 귀속되어야 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에 미칠 파급효과가 심각해질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추구해온 효율과 편리가 결국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인본주의적 통찰로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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