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힘] 욕망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질문 던지는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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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3-04-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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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대 뿐만 아니라 20대 관객 마음 끈 세련된 연출과 신들린 연기

 
연극 ‘파우스트’ 중 박은석(왼쪽)과 박해수 [사진=샘컴퍼니]
 
반전이었다. 고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은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세련된 연출은 사랑, 욕망, 불안 같은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165분이 금방 지나갔다. 
 
지난 3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상반기 기대작이라는 평가 속에 베일을 벗은 ‘파우스트’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개막 첫 주에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양정웅 연출은 세련된 연출로 고전과 객석의 거리를 좁혔다.
 
무엇보다 무대 뒤 거대한 LED로 다양한 연출을 했다. 1막, 2막에 걸쳐 총 26번의 영상 전환이 이루어졌다.
 
특히, 그레첸의 방은 무대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연출은 무대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과감한 연출이었다. 세밀한 무대를 위해 약 170개의 무대 소품과 약 110벌이 넘는 의상과 15개의 가발을 사용했다.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대립과 실존적 고민을 그린 작품이다.
 
악마 ‘메피스토’는 인간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자라고 칭송할 정도로 평생 동안 학문을 공부한 파우스트는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져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때, 악마 메피스토가 등장해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요구하는 제안을 건네고 파우스트는 이를 수락한다.
 
1996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연기한 후 약 27년 만에 동명의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 유인촌의 ‘파우스트’와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춘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왜 연극을 봐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오랜 만에 연극으로 돌아온 박해수는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춤췄다. 
 
생애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 원진아(그레첸 역)는 다양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2막 중후반부를 이끌었으며, 젊은 파우스트를 맡은 박은석도 나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감정을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배우 4명의 조화가 원캐스트의 힘을 느끼게 했다.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양 연출은 지난 21일 열린 연습공개에서 “인간의 보편성과 본질을 잘 다루고 있는 작품이 고전 ‘파우스트’다. 200여년이 지났지만 인간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악마 ‘메피스토’는 현실적인 생존, 치열한 삶, 마음 속에 있는 것 등을 그대로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대적인 2023년의 ‘파우스트’는 다양한 공연을 원하는 관객의 목마름을 해소하며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 공동제작을 한 샘컴퍼니 관계자는 “30·40대 관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공연 개막을 앞두고 20대 관객도 많이 예매를 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공연은 오는 4월 29일까지. 
 

연극 ‘파우스트’ 중 유인촌(가운데)과 박해수(오른쪽) [사진=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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