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수혜 받는 '동박' 기업들 … 中 추격도 뿌리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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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04-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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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핵심 재료인 동박을 만드는 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수혜를 기대하게 됐다. 당초 우려와 달리 동박을 현지에서 만들지 않아도 돼 투자 리스크가 줄게 됐고,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를 따돌릴 기회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에 포함된 전기차 구매 관련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을 공개했다. 특히 배터리에 필요한 물질인 '구성 재료'(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한국 업체들은 이를 북미에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이 구성 재료 목록에는 음극재, 양극재뿐만 아니라 '동박'(foil)이 포함됐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동박을 생산하더라도 전기차 세제 혜택 요건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이 규정안에는 동박과 같은 구성 재료를 2025년부터 중국과 같은 미국의 비우호국인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로서는 선택지가 한국계 동박 업체로 좁혀진 셈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공정이 까다로워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동박 선두주자는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다. SK넥실리스는 IRA를 계기로 경쟁 중국 업체와의 거리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SK넥실리스는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왓슨(19%)과 대만의 창춘(18%) 등이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인수 전 일진머티리얼즈)는 점유율 13%로 4위를 차지했다. 

그간 배터리 소재 전쟁은 양극재와 음극재로 모아졌지만 이제는 동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세계 동박 시장은 2018년 1조5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큰 시장이다.

하이니켈 추세가 강화됨에 따라 고강도·고연신 등 얇으면서도 전해액 유입을 막아줄 정도로 강한 동박이 필요해진 만큼, 품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연초부터 조단위 수주 낭보가 들려왔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월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에 2024년부터 5년간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3710억원이던 SK넥실리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8100억원까지 뛰었다. 내년에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배터리 동박을 직접 조달하는 움직임도 한국 기업에 호재다. 테슬라는 지난해 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 등 국내 동박업체와 수급 협상을 진행했다.

글로벌 동박 시장은 한국의 SK와 롯데 간 샅바싸움이 될 전망이다. SKC는 2020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후 차세대 동박 기술 확보와 생산량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5공장과 6공장을 완공해 생산 능력이 기존 4만3000톤에서 5만2000톤으로 늘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맞붙작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연간 6만톤 규모의 동박을 생산한다. 2027년까지 22만5000톤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과 솔루스첨단소재도 동박사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고려아연은 2027년까지 동박생산 역량을 6만톤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당초 계획의 2배인 연간 12만톤에 달하는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티타늄 드럼 구매 계약을 맺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2026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각각 연간 10만톤, 1만7000톤 규모의 동박 생산 공장을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사진=S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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