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온라인 유통시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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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3-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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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며 코로나19 사태가 실질적으로 종식됐다. 지난 3년에 걸쳐 기승을 부린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 사회에 미친 큰 영향 중 하나는 온라인 비대면 소비의 보편화이다. 소비자들은 생존을 위해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잘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이 속한 무점포 소매의 연간 판매액은 2015년 46조8000억원에서 2022년 118조3000억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무점포 소매의 비중도 같은 기간 14.8%에서 28.1%로 2배 늘었다.
 
온라인 유통의 급격한 확대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포괄하는 전문소매점이다. 최근 8년간 전문소매점의 비중은 크게 위축됐고(43.9%→32.1%), 그 뒤를 이어 슈퍼마켓(13.7%→10.9%)과 대형마트(10.3%→8.3%)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대전환의 변곡점에 놓여 있다. 온라인은 매장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매우 넓고 깊은 구색을 갖출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의 대표 주자인 쿠팡이 취급하는 품목수는 600만~700만개에 이른다. 대형마트 점포 한 곳에서 취급할 수 있는 품목수가 최대 10만개 정도이니 비교가 안 된다.
 
오프라인 유통과 달리 온라인 유통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신속하게 배송해야 선택을 받는다. 클릭 한 번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할인행사를 하며 경쟁점보다 무조건 10원 싸게 판다는 출혈경쟁이 온라인에서는 상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공격적 확장은 유통산업 전반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온라인과의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시어즈, 니먼마커스 등의 유수한 유통기업들이 대거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온라인 유통에 의해 격렬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규제가 남아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출점규제와 영업규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쇠퇴기에 접어들어 구조조정이 시작된 대형마트는 기존 점포도 폐점하는 상황이므로 출점규제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영업규제는 대형마트가 점포를 활용하여 온라인 유통에 대응할 기회를 제약해 대형마트의 쇠락을 가속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와 배송도 영업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의무휴업일과 심야시간대에는 점포를 이용해 온라인 유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유통규제의 취지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는 급속도로 점포를 확장하고 가격할인을 앞세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압박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마트가 파괴적인 온라인 유통의 확장속도를 완화하고 지역상권의 침체를 막아줄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이 전통시장과 동네슈퍼의 활성화에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주 경쟁상대는 어디냐는 질문에 대형마트를 경쟁상대로 지목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그렇다고,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너무 급진적이다. 이제는 온라인 유통의 무차별적 공세에 대항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서로 협력해 지역상권을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서로 힘을 모으고 공생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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