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리기 명분 600억원 투입…"곁불 수준 그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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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3-03-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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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지시에 한 달 만에 대책 발표

  • 소상공인·관광산업 지원에 방점

  • 해외 관광 유치 '종합세트' 마련

  • 서민경제 온기 불어넣기 역부족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내수 부양책을 내놨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를 일부 떠받치던 내수마저 흔들리자 관광 활성화를 통해 민간 소비를 되살리고자 나선 것이다.

이번 대책을 놓고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에는 지원 규모와 범위가 협소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한 달 가까이 준비한 끝에 발표된 대책 치고는 '속 빈 강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지원, 해외 관광객 유치 '방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물가·고금리·과점 체제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추 부총리는 이날 "최근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 등을 감안해 관광, 지역 골목 상권, 소상공인 등 취약 부문 중심으로 맞춤형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크게 내수 붐업 패키지, 국내 소비 기반 강화,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지역·소상공인 상생과 부담 경감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맞춤형' 지원을 강조한다. 내수 부양책이 자칫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관광업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계층을 집중 지원한다. 

추 부총리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을 할 것"이라며 "1인당 숙박비 3만원씩 총 100만명, 유원시설 입장료 1만원씩 총 18만명, 휴가비 10만원씩 최대 19만명 등 총 153만명에게 필수 여행비용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관광·소비 여건 개선을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추 부총리는 "문화비, 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씩 한시적으로 상향하고 기업의 업무추진비 인정 항목을 유원시설, 케이블카 등까지 확대하겠다"며 "공무원 연가 사용 촉진, 학교 재량 휴업 권장, 민간의 여행 친화형 근무제 확산을 위한 숙박비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여행 수요 창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동행축제를 연 3회로 확대하고 오는 5월 중 조기 개최하기로 했다. 또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대폭 상향해 전통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전통시장 테마 상품과 외국인 투어 상품 등을 적극 개발하고 결제 편의도 높여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추 부총리는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이상 회복을 목표로 입국·이동 편의 제고, K-콘텐츠 확충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3종 환승 무비자 제도 복원이 대표적이다. 유럽·미국·중국·동남아 등 환승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는 다음 달 내부 규정을 개정해 이르면 5월부터 무비자 환승 입국을 재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 미국 등 34개국 입국비자 소지자가 한국에서 환승하면 지역 제한 없이 최대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국가 입국비자 없이 인천국제공항 환승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최대 3일까지 수도권에서 체류할 수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을 통해 입국해 제주공항으로 환승하면 최대 5일까지 각 공항 권역과 수도권 체류가 허용된다.

다음 달부터 내년 말까지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 입국자 수는 많지만 입국거부율이 낮은 22개국이 대상이다. 또 정부는 K-ETA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접근성 확대를 위해 중국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늘리기로 했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대상으로 단체전자비자 발급 요건도 완화한다. 기존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직원들에게 해외 여행 혜택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관광과 5인 이상 수학여행으로 제한됐던 단체전자비자 발급 대상이 3인 이상 단체 관광객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제도는 우선 1년간 시범 실시한 뒤 도입할 계획이다.  
 
"시의적절하지만···효과는 글쎄"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내수 활성화 대책이 나온 데 대해 일단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특정 분야에 대한 '핀셋 지원'에 그쳐 서민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살리겠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효과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 역시 대책에 대한 실효성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는 "대책에 따른 효과를 현재로서 계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당장 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는 내수 활성화가 될 길을 열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방한 활성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김정도 법무부 출입국정책단장은 K-ETA 복원에 따른 관광객 유치 추계에 대해 "단체 관광과 항공편 회복세 등을 고려해 (여행)길을 열어둔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는 당장 추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에둘렀다.

무엇보다 차갑게 식어 가는 소비 심리를 반전시킬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서민들 구매력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내수 산업 반등을 이끌 정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공공요금을 비롯해 외식과 식품 등 대부분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31일에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인건비 등 상승 여파로 기업들도 가격 인상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 서민들 민생고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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