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시험대 오른 Y노믹스, '타이밍'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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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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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경제정책, 원칙과 비전이 중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이제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취임 1년의 경제성적표에 벌써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B학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의 2022년 1인당 GNI( 국민총소득)은 3만2661달러로 2021년 3만5373달러보다 7.7%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12.9% 높아진 것도 원인이지만 대만(3만3565달러)에 추월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2022년 물가상승률이 5.1%라는 점에서 환율요인을 감안한다고 해도 국민의 실질적 생활 수준이 뒷걸음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올해 들어서 경제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일단 지난 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여전히 높다. 생산은 0.5% 증가했으나 재고는 10.0%나 증가했다.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했으나 물가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한 것이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0.9% 증가에 머물렀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출이다. 수출이 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월~3월 1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1122억 8600만 달러, 수입액은 1350억 6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2.6% 감소한 반면 수입은 0.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27억75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여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40% 내외에 이르는 수출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 전반이 위험해진다.
 
지난 2월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491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가입자수가 증가했고, 제조업 가입자수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나 구직급여 신규신청자가 전년 동월 대비 14.0% 증가했다는 점에서 희비가 교차된다. 고용보험은 근로자 중심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영세자영자가 많이 있는 서비스업의 상황을 더 살펴봐야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경기침체와 연결되어 있어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종합주택유형 기준으로 지난 1월 98,2를 기록하여 전년 동월 104.7에 비해서 6.2% 하락했다. 금리 인상 효과로 연착륙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매매 현장에서 느낌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문제 대부분은 대외적 요인이 강하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회복에 찬물을 뿌린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한국은 그야말로 넛 크래커에 끼여 있다. 최근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동부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폐쇄되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준비제도(Fed)가 적극적 개입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 정책과 내수 진작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어지간한 대책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지난 정부와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신정부 경제정책 원칙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에 있다. 지난 정부의 반시장·반기업에 대응하여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친시장의 행보를 걷고 있기는 하나 또 다른 형태의 ‘관치’가 부활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물가안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업에 대한 가격인상 압박이어서는 안 된다. 대출금리가 높다고 은행 등 금융기관 경영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입하고, 통신요금 낮춘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통신사를 만들겠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부동산 가격 안정시킨다고 지난 정부가 만들어 놓은 규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난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기 수단의 하나로 들었던 스튜어드십코드도 여전히 오리무중에 있다. 수출이나 내수 진작을 위해서 각종 지원정책을 펴는 것에 앞서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 우선순위와 수순이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을 가져가는 것은 쉽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난 한 해의 경제정책을 보면, 금리를 빠르게 인상시키면서 부동산 시장의 각종 규제는 풀었다. 두 개의 정책 모두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이었는지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2023년에 국가예산을 균형재정 기조로 맞춘 것은 지난 정부의 과다한 정부지출 확장정책을 시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이 2% 이하로 하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국제환경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혈맹에 가까운 나라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교역과 교류 측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과 멀어져서는 현재의 수출과 반도체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수출 다변화는 중장기 과제이고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미·중간 패권전쟁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는 없을 공산이 크다. 패권전쟁 과정에서 미·중만 경제적 영토를 확대하고 다른 국가들은 모두 축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는 국익 관점에서 등거리 중립 노선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뀐다고 친중과 친미를 오가다가는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제 평화와 자유무역 질서의 진전이라는 대원칙을 견지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긴요하다. 관련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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