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중 관계 냉각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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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02-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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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462억7000만 달러(-16.6%), 수입은 589억5000만 달러(- 2.6%)를 기록하여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월간 사상 최대 금액이고 11개월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수출 감소 폭이 심각하다.
 
지역별로 보면 대중 수출이 31.4% 줄어들면서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무역수지는 39억7000만 달러 적자였고  아세안(-19.8%)과 미국(-6.1%)에 대한 수출액도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선박(86.3%), 자동차(21.9%), 석유제품(12.2%), 2차전지(9.9%) 수출은 양호했으나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하였고 디스플레이(-36.0%), 철강(-25.9%), 석유화학(-25.0%) 수출도 감소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격감이 결정적이고 이 역시 대중국 수출 감소가 가장 컸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인 수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특히 대중국 수출에 대한 긴급 점검이 요구된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 원인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있다. 코로나 충격과 외수 부진 등으로 2022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3.0%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성장률 8.1%와 대비되는 심각한 경기후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반도체 등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어 왔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향후에도 그 중요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보더라도 중국 경제는 올해 빠른 회복세를 보여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코로나가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상흔은 수출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에 의존해 왔던 국내 서비스 산업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어진 지역은 찬 바람이 불고 상권은 무너졌다. 문제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여 2020년 1월 전국 온·오프라인 여행사를 대상으로 단체 관광과 항공권·호텔 패키지 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20개국에 대해 해제했으나 한국은 제외했다. 한국 방역 당국도 2월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단기비자 발급 중단을 조기 해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자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제주도 지사가 나서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완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에 대해 국내 입국을 적기에 제한하지 않아 국내 코로나 유입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반대로 국내 신규 발생자 수가 감소하는 등 코로나 국면이 개선되고 중국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중국 입국자 중 코로나 감염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시간문제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냉각된 한·중 관계 복원과 더 나아가 중국과 관계를 여하히 유지·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친중·반미 정부였고 현 정부는 친미·반중 정부라는 인식이 시중에 있지만 국익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분류는 도움될 게 없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양국은 쌍방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미국은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 등을 통해 이에 대항하는 상황 전개가 우리나라로서는 지극히 답답한 형국이지만 우리는 우리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러한 난국을 지혜롭게 돌파해야 한다.
 
미국은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갈등한다고 우리가 맹목적으로 중국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수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국 관계를 시급히 회복시켜야 한다. 중국도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 편에 서 있는 한국이 반갑지는 않겠지만 황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핵심 지역을 맞대고 있는 한국을 마냥 적대국이 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고, 경제적으로도 전후방 연관 관계가 높은 한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중국의 역할이 긴요하다.
 
2023년이 대중 관계 복원의 원년이 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로 한국과 중국 간 정상 외교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쌓여 있는 앙금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한·중이 긴밀했던 시기에 호경기를 누렸던 수많은 국민이 소원해진 양국 관계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시급히 해결해 주어야 하고, 이것이 현재 당면한 국가적 수출 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이 쌍방 간 교류와 협력으로 얻을 이익이 여전히 크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느슨해진 한·중 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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