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국 경제, 그래도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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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01-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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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새해 벽두부터 어두운 경제 전망 일색이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1.7%), KDI(1.8%), OECD(1.8%)보다 낮은 1.6% 성장 전망을 내놓았다. 만약 실제로 한국 경제가 2% 이하 성장을 기록한다면 이는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 외환위기에 휩싸였던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그리고 코로나19가 강타했던 2020년 등에 준하는 경제위기임을 의미한다.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우리 경제를 흔들었음에도 성장률은 2.7%였다. 새해 전망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글로벌 경제 전체의 전망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세계은행은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3년 성장률을 1.7%로 발표했다. 2022년 6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3.0%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세계은행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긴축 정책과 각국의 재정 악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을 세계경제를 어둡게 보는 근거로 들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0.5%)과 유로존(0.0%)은 2022년부터 크게 낮아지고 중국(4.3%)은 다소 회복되지만 신흥 경제와 개도국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아진 2.7%로 전망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경제가 후퇴한 만큼 우리 경제도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체로 동의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 전망이 어둡고 소비와 투자가 모두 꺾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도 2022년 수출 둔화세가 2023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산업연구원은 조선업을 제외한 자동차와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업종은 수출액 증가 폭이 줄어들고, 반도체 등 9개 산업은 수출 규모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하여 수출이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투자도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부정적인 자산효과, 고금리에 따른 대출금 상환 압박, 전기료·교통비 등 인상에 의한 고물가 부담으로 민간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2023년 정부 총지출도 전년 대비 5.1% 늘어난 638조7000억원으로 경제위기 대응 예산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 입장에서 비관만 하기에는 이르다. 2022년과 달리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배럴당 122달러을 초과했던 두바이유가 12일 현재 79.39달러로 하락했다. 구리·아연·니켈 등 비철금속도 전년 최고가 대비 대폭 하락한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소맥·대두·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도 전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다. 원유 등 광물자원과 곡물 등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들 가격의 안정은 물가 안정은 물론 국제수지 방어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1442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1236원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환율 안정은 수입물가 전반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환율이 낮아지는 것은 수출에는 부정적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이나 유로·달러 환율 변동과 동조하고 있어 경쟁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에 가장 부담을 주는 것은 고금리라고 할 수 있다.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압박, 미국(4.25∼4.50%)과 금리 차이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정해진 기준금리 3.5%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 견해가 우세하다. 다행히 극히 불안했던 단기금융시장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부담이 새해에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경제 침체에서 한국 경제만 독야청청하기 어렵지만 과거 큰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하여 왔던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에 대해 스스로 신뢰를 가져야 한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경영상 애로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공정과 시장경제 원칙 위에서 기업 자율 경영이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어가고 있지만 금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소지가 크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은 건설투자와 민간 소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저금리 유지에 따른 부작용도 문제지만 현재 금리 수준은 경제성장률과 비교할 때 다소 높다는 점에서 탄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연초에 줄줄이 인상하기로 되어 있는 공공요금은 소비자물가에 대한 파급효과를 떠나서 물가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함이 요구된다. 계속되는 북한 도발로 우리나라 안보위기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해외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확실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은 위중증 환자가 많고 국민의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위기는 구조 개혁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인구 감소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다. 저출산에 대한 대응과 함께 감소하고 있는 인구에 적합한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SOC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각종 제도를 비롯한 스프트웨어적 전환도 시급하다.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도 힘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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