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탈세 논란과 천편일률적 해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면수 탐사부장
입력 2023-03-13 07: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 = 아주경제]


국세청으로부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십억원대에 달하는 추징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탈세는 절대 아니라고 해명하는 이들이 있다.
 
배우 권상우와 이병헌, 김태희, 이민호 그리고 가수 김재중씨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반성이나 재발방지 약속 없이 과세당국으로부터 처분받은 이유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해명을 내놨다.
 

권상우는 귀속시기에 대한 해석 차이, 이병헌은 직원 상여금 관련 세금 납부 방식 이견과 기부금 회계처리 착오, 김태희는 전 소속사에서 계약한 광고 모델료의 수익 인식 이견, 이민호는 불법 초상권 피해 보상금의 과세대상 여부 해석 차이와 회계 착오, 김재중은 일본 활동 수익·비용 인식 시 세법 해석 차이를 추징금을 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 또는 소속사의 행위가 탈세가 아니라거나, 탈세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일부는 추징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는 형용모순적 해명을 내놓고 있다.
 
물론 대중의 인기와 지지를 재산으로 하는 유명 연예인으로서 이 같은 해명의 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소속사 입장에선 톱배우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고자 하기 위해 고민 끝에 나온 해명일 것이고, 탈세로 대중에 낙인 찍히는 것이 과하고 억울한 측면 역시 있을 것이다.
 
이들의 행위가 탈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탈세의 정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탈세는 사전적으로 ‘납세자가 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조세통람에 따르면 ‘납세의무자가 세법에 정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재정권을 침해하여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온 일체의 행위’를 탈세라 규정한다.
 
회계·세무 용어사전 에서도 ‘조세객체의 은닉·허위신고·거소불명 등으로 조세부담을 회피하는 불법적 탈세 이외에, 조세법의 불비점을 악용한 사전의 합법적 회피를 포함하기도 하나, 대체로는 불법적 회피의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탈세를 정의하는 데 고의성 여부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다만 탈세를 위한 고의 목적이 있다면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조세범 처벌법 제3조에서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공제받은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탈세 논란에 빠진 연예인들의 ‘탈세할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태도다. 탈세에서 비고의성은 감경 사유일 수 있어도 위법 여부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추징금 규모는 최소 수억원대로 1인 기획사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라는 점이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인세(과세표준 2억~200억 미만 세율 20%)로 3억원의 추징금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발생한 금액은 가산세를 감안해도 10억원대가 훌쩍 넘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10억원을 추징받았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금액은 5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문제된 유명 연예인의 법인들은 대체로 1인 기획사 형태로 연 매출이 수십억원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일각에서 단순 세법 해석이나 실수로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나같이 국세청으로부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억대의 추징금을 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백을 주장하는 점은 논리 모순이다.
 
이들은 본인이 결백한 이유로 국세청과의 세법 해석 이견이나 회계착오를 들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상황이 무지나 실수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달리 전문 세무대리인을 통해 세금문제를 대신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말을 역으로 해석하면 회계착오 오류는 결국 세무대리인의 잘못이란 말로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천편일률(千篇一律)적 해명을 내놓는 이들. 향후 셀럽들에 대한 탈세 논란이 나와도 반성보다는 그럴 듯한 해명이 줄을 이을 것만 같다. 그러다 모범 답안식 해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