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기업 돈줄 어쩌나...지난해 4분기 기업대출 증가폭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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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기자
입력 2023-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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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 '2022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발표

  • 12월말 대출잔액, 9월말 대비 28조원 증가...56조 늘은 전분기 절반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본관 전경. 2023.02.2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4분기 기업대출 증가세가 전분기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금융기관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면서 기업대출 규모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폭(217조원)을 기록했으나 최근들어 문턱을 높인 금융기관 대출태도 변화와 금리 상승, 계절적 요인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 공급이 쉽지 않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79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말 보다 28조원 늘어난 수치로, 증가 폭이 직전분기(56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한국은행은 산업별 대출금 증가폭이 대폭 축소한 것을 두고 금융기관 태도변화·금리변화·연말 계절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주식 발행 등 직접금융 위축으로 대출 수요가 이어져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금융기관이 대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대출금리가 올라 대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분기와 달리 기업이 대출금을 잠시 상환해 연말 재무비율을 관리하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로 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금은 지난해 11월 18조9000억원 증가했지만 12월에는 10조3000억원 감소했다.
 
산업별로 제조업 대출은 전기 대비 4조6000억원 늘어나면서 10조6000억원 증가한 직전분기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설비투자가 늘어 시설자금 대출은 늘었지만, 연말 일시 상환으로 운전자금 대출이 그보다 더 줄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도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급감했다. 직전분기에는 38조8000억원 증가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15조9000억으로 증가폭이 쪼그라들었다. 자금시장 불안으로 금융·보험업 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2조원 줄었다. 금융·보험업 대출 잔액 감소 전환은 2019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이다. 특히 비은행 대출이 직전분기보다 10조4000억원 감소해 전체 금융업 대출 감소전환을 이끌었다.
 
부동산업도 업황 부진과 위기관리 강화 기조로 증가폭(5조8000억원)이 축소 됐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4조8000억, 1조2000억원 증가해 8조9000억, 3조원 증가한 직전분기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대출잔액 증가폭 축소를 기업의 자금 수요 감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실제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총 대출잔액은 전년 대비 217조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기업이 금융기관 대출을 주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했다”며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대출 수요도 커져 대출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의 자금 수요는 여전하나 자금 수혈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회사채 순발행(발행액-상환액) 규모는 10월 –4조8429억원, 11월 –8089억원, 12월 689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직접금융 조달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회사채 발행액을 늘렸다는 의미다. 박 팀장은 “수요가 줄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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