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제2 중동붐' ? …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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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입력 2023-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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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 수교 이래 첫 국빈방문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열 번째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였다. 사실 국내 일부 언론 보도는 방문 목적과 성과보다는 국군 아크부대 방문 시 이란 관련 언급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사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관계 및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더욱이 2016년 포괄적 파트너십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인 이란과 자칫 큰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점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조심스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물론 시기나 내용에 있어 언론과 야당 역시 사건에 대한 언급에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여당의 대응 태도와 대통령의 해명 혹은 사과가 없었다는 점 역시 실망스럽기 마찬가지였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이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이러한 안팎의 태도로 인해 이번 방문으로 우리가 얻은 성과를 살리지 못할까 너무나 걱정되었다. 이번 대통령의 UAE 방문은 한국에 300억 달러, 약 3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였다. 정부에서도 이번 UAE 방문 성과를 강조했지만 지금껏 UAE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간 투자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투자 분야에 있어서도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분야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UAE 간 양해각서(MOU)가 13건 체결되었으며 기후변화 대응, 정보기술, 보건의료 등 신산업 협력에 대한 체결까지 포함하면 40여 건에 이른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양해각서는 새로운 협력 관계를 체결할 의도를 명시한 계약서로, 어떠한 구속력도 갖고 있지 않다. 자칫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6%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득을 날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해 첫 선물이 재앙으로 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은 본인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중동과의 관계 및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의 '제2의 중동 붐'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책 구상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의 방한 때부터 이어졌다. 대통령은 새해 초 모든 일정을 경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새해 첫 순방국으로 UAE를 선택한 것 역시 그 시작이라 여겨진다.

중동의 대표적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과의 교류 확대는 코로나19 이후 성장동력 부재에 빠진 우리나라에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기쁜 소식이다. 이미 윤 대통령 방문 전후로 관계 부처는 사업과 지원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필자 역시 이번 달에 UAE로 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첫 느낌은 아직 우리가 중동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으며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중동은 의외로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농담으로 모래먼지로 인해 희뿌연 시야가 한국인지 아랍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단호하게 모래바람은 있어도 미세먼지는 없다고 했다. 중동 특유의 강인한 인상과는 달리 사소한 농담에도 웃어줄 줄 아는 여유와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마치 과거 우리네 가족들처럼 구성원들 간에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손님을 환대하고 친절한 부분이 우리와 닮았다.

또한 중동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혼재한 지역으로 종교적 신념이 강하며 서로를 존중할 줄 안다. 모든 건물에 메카의 방향을 알 수 있는 표시가 있고 기도실이 준비되어 있다. 큰 쇼핑몰에서도 기도 시간에는 매장 문을 잠시 닫는다. 소위 두바이 거지라 불리는 사람들이 거리에 앉아 있다. 길을 가던 중 차를 멈추고 이들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모습은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이슬람 문화권에도 자카트(زَكَاة·희사 혹은 자선이라는 뜻)라는 기독교의 십일조와 비슷한 개념이 있다. 다만 교회에만 십일조를 내는 우리와 달리 이슬람에서는 와크프(وقف·재단이란 뜻‎‎)뿐 아니라 동네의 가난한 이웃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종교적 신념이 그 중심에 있다.

현지 교민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이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때보다 성대했다는 후문이었다. 이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UAE의 우호적 태도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2009년 수주한 바라카 원전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UAE와의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며 신뢰를 쌓았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잇는 왕복 18차선 도로와 신기루를 보는 듯한 스카이라인의 고층 건축물들을 보면 1970년 중동 건설 붐 당시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의 노력이 지금의 신뢰로 쌓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준비와 방향은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신뢰를 잊지 않겠다”는 말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판은 준비되었지만 아직 정부 부처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치 앞선 대통령의 발언처럼 중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 UAE 측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이제는 중동 시장을 이해하고 우리를 그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소위 K-컬처, K-푸드를 알리고 싶어도 중동 시장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 특성상 이슬람교인(무슬림)에게 닭고기와 소고기는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다. 하지만 현지 유명 음식점에서 우리의 한우는 찾아볼 수 없다.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교민은 일본 와규보다 더 맛있는 한우를 수입하고 싶어도 ‘할랄(Halal) 식품’ 인증조차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토로하였다. 할랄은 이슬람교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허용된 것으로 무슬림들이 먹어도 되는 식품을 뜻한다.

우리와 같은 비(非)이슬람국가에서 이슬람국가로 식품을 수출하려면 엄격한 과정이 요구된다. 할랄 식품이라 해도 조리 과정에서 돼지고기 등 하람(haram·허용되지 않은) 식품과 섞인 채 조리되면 할랄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더구나 식품 가공부터 포장, 보관, 운송 등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하람 식품과 철저히 분리된 채 취급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소한 부분부터 정부가 나서서 챙겨 주었으면 한다. 특정 부처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전방위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이슬람 문화권을 알지 못하면 판 속에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어도 잡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중동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는 중동 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상호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신뢰를 잊지 않고, 성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와 진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관점이 아닌 그들 관점에서 이해하고 신뢰에 답을 할 차례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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