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경기도]
하지만 도지사 마음보다 더 황량하겠는가! 오죽하면 ‘민(民)주국가’가 아니라 ‘검(檢)주국가’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개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검찰의 전가보도(傳家寶刀)라 불리는 무차별적 ‘압수수색’,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시하는 압수수색은 직권남용이나 다름없다. 법리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수사는 흔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단으로 부른다.
특정인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밝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범죄 용의자를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한다. 물론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상식이다.
이번 경기도청 압수수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임 평화부지사와 지금의 경기도지사는 엄연히 떼어 놓고 볼 사항이었다. 지사와 부지사의 근무시기, 현 지사 사용 컴퓨터의 구입 연도 등등. 하기야 이번 경기도청 압수수색이 어디 정상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인가에 대한 판단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새삼 거론하는 자체는 무의미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특별한 범법행위를 찾아내지 못하면 종결해야 하는 사건도 질질 끌고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진을 빼는 것이다. 혹자, 특히 변호사들은 이를 두고 자칫 여러 번 당하면 ‘인생과 조직이 끝장날 수 있다’는 과도한 표현까지 쓴다.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경제계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주 타깃이다.
압수수색을 동반한 수사는 기업에 타격을 주고 일손을 놓게 한다. 대외 이미지도 덩달아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정치권만 하겠는가. 검찰이 들이닥쳐 뒤지고 다니는 장면이라도 보도되면 없는 죄도 만들어질 판이다. 그것도 여러 번 계속되면 아예 범죄자라는 낙인마저 찍힌다.
이 또한 그동안 1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경기도의 압수 수색과 판박이다. 경기도는 김 지사 당선 이후 13번의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서류를 가져간 곳 만도 38개 부서에 달한다. 전임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사안이었지만 선뜻 이해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김 지사 집무실과 업무용 컴퓨터, 비서실까지 무작위로 뒤 졌다.
아마 검찰도 김 지사와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 사건 관련 여부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컴퓨터 구입 시기도 다르고 근무조차 겹치지 않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검찰이 모를 리 없다.
특히 압수수색 내용과 전혀 연관이 없는 ‘도지사’라는 직위를 볼 때 압수 수색에 앞서 충분한 내부 협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도 검찰은 할 말이 없다.
그러는 사이 경기도청 직원들은 '일손'마저 놓고 있다. 민생을 챙기고 올해 사업 계획을 추진해야 하나 어수선함으로 우왕좌왕이다. 새로운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검찰의 압수수색이 또 다른 공무원들까지 일손을 놓게 하고 있다. 죄도 없으면서 마치 죄인 같아 도민들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경기도청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압수 수색은 그래서 도민들조차 수긍을 못 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전 이화영 평화부지사와 이재명 야당 대표를 엮어야 하겠다는 검찰의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경기도 입장에선 원망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검찰의 집행이다.
이번 검찰의 경기도 압수수색을 보며 일부에서 “검찰이 벌써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김동연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에 일 게다.
이런 상황이라면 도민을 비롯해 국민 누가 검찰을 응원하고 싶어 하겠는가. 마침 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국회 불체포 결의안 투표를 앞두고 있다. 누가 봐도 이와 연관되지도 않은 것이 확실한 개인 경기지사의 압수수색을 정당하다고 보겠는가.
검찰은 법 집행 전문기관이다. 죄가 되는지 아닌지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없는 죄를 묻겠다며 괴롭히는 것은 부여한 권한을 악용해 법을 왜곡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칫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문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에게 올 수밖에 없다.
법불아귀(法不阿貴)란 말이 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도 이젠 이러한 경구(警句)의 의미를 스스로 높일 때도 되지 않았나. 이번 경기도지사에 대한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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