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 노란봉투법이 뭐길래...'A to Z'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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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김민영 기자
입력 2023-02-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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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공청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법제화를 놓고 경영자 단체와 노동계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했다"며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경영계에선 "불법 파업을 조장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국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대해 손배소를 제한하는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법안을 야당이 도입하려는 데에는' 쌍용차 파업 사태'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노란봉투' 속 4만7000원이 발단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회사와 경찰에게 46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10만명이 돈을 모으면 되겠냐"며 4만7000원을 노란 월급봉투에 담아 보내는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모금운동은 입법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다. 이때 ‘노란봉투법’ 논란이 처음으로 불거졌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20대 국회까지 이어지면서 수차례 발의됐지만 한동안 계류되다 폐기되곤 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근로자 파업에 '노란봉투법'은 다시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21대 국회 들어선 총 4건이 발의됐는데 국회 환노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목전에 둔 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이다.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개정안(노조법 2조 2호)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하청 노조가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과 협약을 체결하고 교섭이 결렬되면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노조법 2조 5호)는 합법적인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분쟁'으로 확장했다. 현행법은 '근로조건·임금·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 결정'에 대해 일어나는 분쟁으로 규정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회사 경영 방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파업 등 노동쟁의를 할 수 있다. 

개정안(노조법 2조 5호)은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각 손해에 대해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자 측은 노조가 아니라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개개인에게 책임과 귀책 사유를 물어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노동계 "노동자 권리 보호" vs 경영계 "산업생태계 교란" 

[표=아주경제DB]

노동계는 "이제야 노동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며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개정안이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숨바꼭질을 해야 하고, 정당하고 적법한 파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한 이번 개정안은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필두로 한 경영계는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법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경총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2조 2항은 민법상 도급 체계를 무너뜨려 원청과 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2조 5호와 3조는 (사용자는 무시하고) 노조와 조합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며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교섭·파업을 해 노사 갈등이 급증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란봉투법 유사 입법 시도 프랑스에선 위헌 판정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제도는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다.  

법률 선진국인 일본과 독일은 '정당성이 없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독일은 '노조가 아닌 파업 참가 근로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사용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상한액은 규정하지만 손해배상 소송 자체는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앞서 프랑스는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입법을 시도했지만 위헌 판정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1982년 10월 근로자대표제도 발전에 관한 법률안 제8조에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해당 규정이) 파업권과 단결권을 보호하는 입법 목적을 충족했지만 법 앞에 '평등 원칙'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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