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저가아파트 5채로 고가아파트 1채...경기침체, 부동산 자산 양극화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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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2-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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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얼굴의 서울①] 하락장 속 서울 아파트 '빈익빈 부익부' 심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초고가 주택에서는 모두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왔다. 거래가 매우 드문 대형 면적의 아파트가 부동산 하락기를 딛고, 신고가로 거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는 지난해 4월 145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2021년·115억원) 대비 2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 전용 268㎡ 역시 117억원(2021년)에서 135억원으로 15.4% 올랐다.
 
# 서민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중저가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급락 단지가 잇따랐다. 부동산 상승장을 타고 30~40대들의 매수가 집중됐던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이 대표적이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7단지 전용 44㎡는 지난달 3억7500만원에 매매됐다. 직전 최고가인 2021년(5억9900만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7.4%에 달한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 숲 헤링턴 플레이스 전용 85㎡도 지난 1월 8억10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최고가인 11억3000만원 대비 28.3%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 서울 아파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입지가 좋고, 희소성이 있는 고가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아파트는 가격이 급락한 결과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했던 유동성이 사라지면서 초고가 주택 시장은 굳건한 반면, 저가 주택은 가격이 떨어지며 격차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격화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5분위배율은 4.6배를 기록해 전월(4.5배) 대비 격차가 확대됐다. 이 같은 수치는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로, 1년 전(4.2배)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큰 편이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5분위) 평균을 하위 20%(1분위)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클수록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가격 격차가 크다. 서울의 경우 고가 아파트 한 채로 저가 아파트 5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차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4214만원으로 1년 전(5억7486만원)과 비교해 5.7%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24억18만원에서 24억7671만원으로 3.2% 올랐다. 대출규제에 영향이 없는 고가 아파트는 가격 변동폭이 적었지만 서민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저가 아파트에서는 하락폭이 컸던 결과다.
 
올해 거래되는 상급지와 하급지의 아파트 하락폭도 최대 10배까지 벌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4㎡는 지난 1월 28억원에 거래돼 최고점(29억원, 2021년 8월)보다 1억원(3.5%)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5일 33억원에 거래돼 최고점 가격(39억원·2022년 5월)대비 6억원(15.4%) 하락했다. 

반면 노원구 상계주공 4단지 전용 41㎡는 지난 2월 4억원에 거래돼 2021년(6억6500만원) 대비 39.9% 하락했다.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도 지난달 5억35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최고가(9억4000만원)보다 43.1% 떨어졌다. 부동산 하락장에서 자산가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가격하락을 방어할 수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급락가에 매물을 던져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는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승장에서는 강남 등 서울 핵심입지에서부터 서울 전역, 수도권, 지방 등 순차적으로 가격이 오르지만 하락장이 시작되면 입지별, 상품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난다"면서 "고가 아파트는 상승장에서 가장 많이 오르고 하락장에선 금리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장 늦게, 그리고 덜 떨어지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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