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태환 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 "車 성능에서 고객 경험 시대로…데이터 관리 차별화가 성패 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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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3-01-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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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로이트컨설팅, 다양한 고객사에게 당면 과제 진단·효과적 해법 제시

  • 생산한 데이터 어떻게 쌓아둘지 클라우드 환경이란 새 문제 직면

  • 부품사들, 수직계열화된 생태계서 포트폴리오 전환 새 역할 고민해야

김태환 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전무)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이 기계공학적 접근에서 IT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점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6년 메르세데스-벤츠 공동 창립자인 카를 벤츠가 제작한 가솔린 3륜차를 시작으로 약 130년 동안 전 세계의 이동을 책임져왔다.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만큼 변화가 쉽지 않은 영역이었지만 최근 급격한 전동화 흐름에 하나둘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김태환 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전무)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동력기관 교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탄소중립과 같이 지구촌 공동 관심사가 방향키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의 새로운 요구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고객 경험’ 창출이 완성차 업계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車 소프트웨어 전환은 수많은 과제 제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딜로이트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과 운영에 심층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고객사가 딜로이트의 컨설팅을 통해 경영 성과를 창출해왔다. 이 중 김태환 전무가 이끄는 자동차산업 부문은 완성차 제조사들부터 부품사들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당면 과제를 진단해주고 효과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해준다. 

먼저 김 전무는 자동차 산업이 기계공학적 접근에서 IT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점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자동차 제조사들마다 차량 성능 여부에 따라 적정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에 나섰다면 이제는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정보처리 능력과 같이 스마트 디바이스의 구현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차량이 데이터를 생산하게 되면서 생산한 데이터를 어떻게 쌓아둘지 클라우드 환경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또한 IT 부문의 지속적인 강화를 위해서 인재 영입이 적시에 이뤄져야 하지만 기존 IT 업계와 경쟁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또다른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각 업체의 대응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IT에 국한하지 않는다. 예컨대 자동차 실내공간의 확장도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고급형 가죽 등이 자동차 인테리어의 가치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엔진룸이 없어진 폭넓은 공간에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새로운 요인이 차량 가치를 측정해준다.

“옛날에는 어떤 트림을 선택하고 옵션을 어떻게 할지 같은 모델에서도 기능이 천차만별인 차가 나왔지만 이제는 각종 기능을 모두 다 집어넣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 유무를 결정할 겁니다. 대리운전으로 집에 도착한 뒤 다음날 내가 차를 타면 세팅이 바뀌어 있더라도 기존 데이터로 원상복구되는 그런 사용자 경험도 있을 테고요.”

특히 김 전무는 완성차 생태계에서 수직계열화된 부품사들이 포트폴리오 전환을 시도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역량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진중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급망 가치사슬이 필요한 원자재를 서로에게 조달해주는 순환형이었다면 지금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속도감 있게 조달하는 네트워크화로 바뀌고 있다.
 

김태환 딜로이트컨설팅 한국자동차산업 리더(전무)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터리 공급망 불투명성 높아···자율주행차 시간 걸릴 것

김 전무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이 배터리 공급의 중요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봤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전장(전자 및 장치) 부품은 공급 측면에서 내재화와 외주화 가능성을 둘 다 열어 놓을 수 있지만 배터리는 완전환 외주화에 불안 요소가 많아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일부 유럽계 완성차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하고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를 내재화하지 않고 외주로 가는 방향을 다소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업체들이 생산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배터리 시장을 90% 이상 차지하면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에 불안한 것이죠. 최소한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생산업체에서 납품을 받는 방법을 고민할 겁니다. 그만큼 전동화 전략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터리 순환경제를 고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한 재활용이나 다 쓴 배터리를 분리해 재활용이 가능한 일부 소재를 재가공하는 방법 등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에서 순환경제가 논의된 것도 기업들에게 친환경 모빌리티의 실천과 ESG 추구라는 진정한 의미의 전동화 흐름을 촉구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가치가 이제 막 부각된 시점이기에 업계에서 이를 더 깊이 파고들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무는 자율주행 시대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을 위한 안전성 확보는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각국마다 규제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자율주행은 규제 측면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업계 표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복잡합니다. 차량이 도로 위를 주행하는 건 어느 국가나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지만 자율주행차는 차량 간 교신이나 인프라와 교신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라 이를 표준화하는 부분에서 매우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승인이 가능한 수준에서만 시장 출시를 결정할 정도로 업계 표준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어느 국가는 몇 레벨 이상 자율주행차 출시가 가능하지만 어느 국가는 그 수준인 자율주행차 출시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김태환 딜로이트컨설팅 한국자동차산업 리더(전무)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中 전기차, 시장 영향 제한적···경기 침체 길지 않을 것

김 전무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서 중국의 공급망 장악 능력 증대와 이를 탈피하려는 서방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관련 생태계를 단숨에 뒤바꿀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에서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저변에 깔고 있습니다. 고체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처럼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 혁신으로 공급망 위험요인을 제거해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공급과 수요 원칙에 따라 어느 정도 조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기존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과거 피처폰 대명사인 노키아가 스마트폰 등장에 몰락한 것처럼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했다고 공룡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가 시장 선두업체들에게 현실적인 위협 상대가 되고 있지만 북미 시장보다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 정도에서 경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배달 시장에 맞춘 소형 전기차 등 지역 특징을 반영한 전기차는 경쟁력이 높아 보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주요국마다 경기 침체를 겪는 등 환경적 악재가 산재하면서 완성차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우려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 상황이 길게 가진 않을 것으로 봤다. 주요국 정부마다 자동차 산업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재 공급망 문제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코로나 이후 눌러 놓았던 물가 상승 압력까지 폭발한 상황입니다. 다만 장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리오프닝 국면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당국도 장기 침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 정책을 관리할 것이라 봐요. 앞으로 1년에서 길어야 2년 정도 단기 침체로 끝날 것 같습니다.”

김 전무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 가능성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제조업은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수익률과 비교할 때 수익성이 낮아 주주 반대에 부딪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제조를 통한 소프트웨어 확장과 플랫폼의 독점 등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목적이지만 규제당국이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플랫폼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작은 플랫폼을 흡수하는 등 여러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규제기관들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강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고려하면 빠른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동차 브랜드마다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봤다. 브랜드만의 차별화한 사용자 경험을 정립하면서 나만의 팬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객 경험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고객에 대한 데이터 관리를 기본 전제로 깔아야 합니다. 데이터를 토대로 한 마케팅 등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높여나갈지 지속적인 고민을 이어가야겠죠. 특히 해당 브랜드 자체가 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험이 무엇일지를 꾸준히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김태환 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전)EY Advisory, Accenture, IBM
▷(현)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전무·파트너)
▷(현)딜로이트컨설팅 글로벌 리드 컨설팅 파트너(한국 소재 글로벌 자동차 OEM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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