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지현 前 비대위원장 "민주당, 팬덤정치와 결별해야…청년들에 길 열어주는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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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김세은 수습기자
입력 2023-01-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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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당대표급 20대 여성·구원투수… 82일 간의 소회, 책으로 엮어

  • 중진들 "20대 대선, 박지현이 다했다"며 회의 땐 '투명인간' 취급

  • 李대표 검찰 출석, 정치사에 남을 장면… 지도부 동행 설득력 없어

  • 콘크리트 지지층만 보는 여야…'고인물 정치' 국민이 외면할 것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헌정 사상 첫 당대표급 20대 여성’ ‘구원투수’.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등장했던 그가 82일간에 걸친 비대위원장 직무 소회를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빌린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이다. 그는 책에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영입 인재로 들어왔을 때부터 비대위원장 시절의 감동과 소감을 여과 없이 담았다. 당대표에도 출마했지만 좌절하기까지 곡절과 한국 정치의 비전에 대한 소회도 담았다.

지난주 집필을 마친 박 전 위원장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오전부터 라디오 출연 일정을 소화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당초 9월쯤으로 예정했던 책 출간 일정이 왜 늦어졌는지' 묻자 박 전 위원장은 "초고는 9월에 거의 다 썼는데 수정하려고 원고를 다시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에서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것을 두고는 "혼자 갔어야 했다"며 "지도부가 동행하고 지지자들이 연호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을 민생보다는 이재명 대표 방탄에 전념하는 정당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겨냥해서는 "저는 처음부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응이 개인적으로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2030 여성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얻으며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접전으로 나오자 "박지현이 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 평가는 박해졌다. 당내 개혁을 외치는 등 박 전 위원장이 던진 화두들이 당 주류와 결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시절 '586 용퇴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팬덤 정치와 결별이 필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 도중 최강욱 의원 비속어 논란에 관해서는 징계를,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에는 제명을 지시했다. 당 내부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자 당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총질'을 한다며 비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7월 박 전 위원장은 '당원 6개월' 자격 미달 논란으로 당대표 출마가 무산되기도 했다.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대 여성 최초 비대위원장···"청년들도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이 출간됐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는지 궁금하다.

"먼저 20대 여성이 당대표급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것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책 소개라고 하면 82일이라는 시간 동안 온갖 일을 겪으면서 제가 경험했던 부분을 가감 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겪은 일이지만 다른 청년, 여성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어도 비슷하지 않았겠냐는 심정이었다. 청년 관점에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 해보자.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자. 박지현의 도전으로 다른 청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82일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었다.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

"당시를 기억해보면 박완주 무소속 의원 제명 건이 떠오른다. 박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말하자 (당내에서) 선거 끝나고 하면 안 되냐는 말이 쇄도했다. 이미 피해자는 20년 동안 당 아래 살신성인했던 분이다. 대선이 있어서 참았는데 지방선거가 있으니 또 참으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선을 포함해 선거에서 계속 진 것에는 국민이 변화하고 반성해야 하고 혁신하라는 주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은 제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당과 선거를 위한다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보였다. 민주당이 달라지는 모습 보여드릴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아쉽다.

공천 문제 역시 후회로 남는다. 제가 처음부터 주장했던 것은 예외 없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관련해 비대위 내부에서는 출마 여부가 반반으로 갈렸다. 제가 강력하게 이야기하니까 당시 윤호중 원내대표가 본인이 졌다고 다른 후보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흐지부지되면서 노 전 실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586 기득권 세력 앞에 무릎 꿇은 셈이다. 마지막까지 반대한 사람은 결국 저 혼자였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고위전략회의가 가장 힘들었다는 말이 있다. 왜 그랬나.

"당시 고위전략회의에서는 공격받았다기보다는 집중적으로 무시를 당했다. 투명 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같은 정치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휴대폰을 본다든가 귓속말을 하고 웃거나 떠들기도 했다. 임시라도 당대표가 얘기하면  (당에서) 일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민주당 586세력은 청년 정치인을 동등한 정치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당장 자신들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좀 안쓰럽기도 했다. 결국 살아남을 정치인들은 2030을 진정으로 동등한 정치인으로 인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박완주·최강욱 건 머리 아파...피해자 지킬 사람 나밖에 없다고 생각"

-지도부와의 본격적인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은 박완주·최강욱 등 당내 문제가 불거졌을 때였던 것 같다.

"박 의원 건은 지난해 4월 윤리감찰단에서 보고를 먼저 받았다.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누가 봐도 명백한 성범죄였다. 당시에는 비대위원장직을 던지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제명 발표도 했다. 당시에도 2차 가해가 없게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3명만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 최강욱 의원 건은 초기에 사과하고 깔끔하게 넘어갔다면 6개월 당원 자격 정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사건으로 저도 피해를 봤다. 최 의원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이 집 주소를 알아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검찰 출석 당시 지도부를 동행한 것을 두고 비판했다 . 왜 그랬나.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지도부를 다 대동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치적 동지란 이유로 같이 간다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내려졌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 본인도 자신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가 출석하는 것이지 민주당이 출석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소극적 지지자들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혼자 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렇다면 전직 비대위원장으로서 현재 민주당에 필요한 혁신 과제가 있을 것 같다.

"전부터 주장했지만 결국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당 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선거만 내리 세 번 연속 패했다. 이러한 팬덤만 보고 하는 정치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도 우리는 후보를 내면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있었지만 결국 후보를 냈다.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이태원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나.

"제가 사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낸 사람이다. 탄핵을 더 일찍 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국가가 책임 있다고 보여주는 가장 큰 증표가 이 장관 탄핵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제껏 안 했는지 모르겠다. 한다고 하고 다른 건이 터지면 민주당은 이슈 대응에만 바쁜 모습이다. 이 장관 문제는 민주당이 더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尹 정부, 반쪽짜리 대통령···다음 총선서 울분 나타날 것"

-윤석열 정부 초반이지만 잡음이 많다. 평가해 달라.

"대통령이라 하면 결국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응에서도 봤지만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을 자처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윤 정부가 보였던 태도는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그 울분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참사에 대해 머리 숙여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검찰 정권이라 그런지 정치를 안 하고 법대로만 하려는 점은 가장 큰 한계로 보고 있다."

-현안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현재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내부에서 룰을 개정하는 일도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누가 더 후퇴하나 내기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폐쇄적일수록 결국 고이게 되고, 그러다 썩는다. 썩으면 결국 냄새가 나고 냄새가 나는 곳은 국민이 찾지 않는다. 국민은 영원하지만 윤 정부는 5년 집권하면 끝이다.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것을 보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각자 콘크리트 지지층만 가지고 정치를 하려는구나 싶었다. 양당 청년들이 모두 모여 기존의 당을 깨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 있다면.

"민주당이 한계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 민주당은 당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심각한 위기라는 것을 깨닫고 국민만 보고 개혁해야 한다.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뭔지 알아야 한다. 현재 586세력이 기득권으로 있는 민주당에서는 파격적인 개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박지현 前 위원장 프로필
△1996년 강원 원주 출생 
△치악고등학교 졸업 
△한림대 언론방송융합미디어 학사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전국여성
위원회 부위원장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
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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