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신 '주세' 뜬다...부동산 불황 속 새 주거 트렌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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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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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단기 임대 플랫폼 화면 갈무리. 아주경제 DB]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실이 늘어나면서 단기 임대 형태인 '주세'가 확산되고 있다. 주세는 '월'이 아닌 '주' 단위로 임대 계약을 맺는 주거 방식으로 보증금이 없거나 낮고 임대료를 원하는 기간만큼 선납하는 형태다. 최근 고금리에 전세사기 등 임대차 시장에 리스크가 커진 데다 '○일 살아보기' 등 주거 문화의 놀이화로 단기 거주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25일 리브애니웨어(한달살기), 내방니방, 빈방, 삼삼엠투 등 단기 임대 플랫폼에 따르면 임대차 시장에서 주 단위로 임대료를 받는 단기 임대 매물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전용 84㎡는 주당 97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6일간 거주할 수 있는 상품으로 1박 평균 가격은 16만원 선이다. 14박 거주 시 195만원, 29박 거주 시 354만원 등으로 오래 임대할수록 일평균 숙박비는 낮아진다. 퇴실 후 환급되는 보증금 30만원을 제외하면 추가 비용은 없다.
 
강동구 고덕동 '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도 주 95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환급보증금 33만원과 관리비·청소비 각각 5만원을 제외하면 중개수수료와 보증금이 없다.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15㎡도 일주일 동안 63만원에 거주 가능하다. 고급 주거지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24㎡는 일주일 450만원대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역세권이거나 신축 아파트, 고급 주상복합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을 지녀 단기 임대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주세'를 선호하는 이들은 누굴까. 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 인근 J중개업소 대표는 "가상화폐나 주식 등으로 돈을 번 2030세대와 유튜버들이 주로 주세 상품을 찾는다"면서 "석촌호수나 롯데월드가 보이는 조망 좋은 집은 촬영용으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3개월 단기 임대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들은 기존 집을 공실로 두느니 짧게나마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임차인은 보증금 없이 원하는 집에서 살아본 뒤 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라면서도 "중개인이 끼지 않은 거래가 대부분이라 임대인에게는 악성 임차인에 대한 리스크가, 임차인에게는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 혹은 일 단위 같은 단기·초단기 임대가 부동산 시장에 새롭게 떠오르지만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단기 임차인들이 아파트에서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소음, 분리수거, 배달음식 픽업규칙 등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보안이 엄격해 배달기사는 출입할 수 없고, 배달용기는 씻은 후 분리 배출이 원칙인데 일주일만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공동규칙에 무딘 편"이라면서 "새벽 소음과 분리수거 민원 때문에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임대인을 색출하자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 거래는 각종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주거비용도 비싼 편이다. 실제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주세 시세를 전세가격으로 환산하면 9억9500만원(전월세 전환률 5% 적용) 수준으로, 중개업소에 나온 이 단지 실제 전세 시세인 7억~8억원보다 약 42%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를 선호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양극화가 가장 심하다"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 대출이자도, 전세사기 부담도 짊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세는 월세나 전세보다 2~4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크다"면서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운 것도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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