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우려에…임대차 '준월세' 재편 가속화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최근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준월세(보증부 월세)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유세 인상이 집주인의 조세 전가로 이어져 결국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준월세 계약 건수는 6만2604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만7897건) 대비 1년 만에 8.1% 증가한 것이다. 거래 건수는 물론 준월세의 비중 역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순수 전세 제외) 중 준월세의 비중은 55%로 2022년과 비교하면 4%포인트 증가했다.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에 해당하는 임대차 계약 형태다.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이던 준전세와 전세 비중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준월세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준월세 증가의 원인으로는 저금리 기조와 전세 사기 우려에 따른 보증금 기피 현상 등이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의 보유세 등 세제 강화 기조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며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은 물론 '버티는' 비용인 보유세 부담도 늘리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에 이어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시장의 대응 역시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임대차 시장의 준월세 재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등 세제가 강화될 경우, 임대인들이 전세 인상보다 준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전세금을 올릴 경우 임대인은 목돈을 손에 쥐지만, 이는 추후 돌려줘야 할 부채의 성격이기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세금을 납부할 지속적인 현금 흐름은 되지 못한다. 반면 준월세는 매달 확정적인 현금 수익을 제공해 임대인이 조세 부담을 실시간으로 상쇄할 수 있다.
 
향후 세제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강남권 및 서울 주요 도심의 임대료 전가 현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가 주택 지역 등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적은 지역은 전환 속도가 완만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임대료 시세 상승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 확대 가능성에 따른 세 부담 증가는 순수 전세나 순수 월세보다 준월세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입자 자금 부담과 임대인 수익 추구가 맞물리며 향후 서울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준월세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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