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시행 시점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도를 떠받칠 행정적·법적 준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 기준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시장 혼란은 물론 정책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적용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으나 시행 시점은 2022년에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당시 정부는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와 과세 인프라 부족을 연기 사유로 제시했다. 이후 투자자 보호법이 마련되고 국내 거래소로부터 거래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지만, 제도 전반의 완성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과세 시행이 임박했음에도 구체적인 행정 준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주요 세법은 시행 1년 전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이 정비되고, 과세 기준에 대한 유권해석도 상당 부분 제시된다. 그러나 지난해 세제개편안에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보완 내용이 사실상 담기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용역이나 공청회 등 공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된 반면,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두 자산 모두 가격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고위험 투자자산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세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세 대상의 범위와 소득 성격을 둘러싼 법적 공백도 여전하다. 정부는 가상자산 대여, 에어드롭(무상 지급), 스테이킹(예치 보상)이 어떤 소득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예컨대 에어드롭의 경우 증여인지, 경품인지, 노동의 대가인지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미국 등 주요국은 이 같은 행위를 세법상 일정 범주로 구분해 과세 원칙을 비교적 명확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정책 수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은 단순히 걷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간 신뢰의 문제”라며 “과세의 논리적 정합성과 제도적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행하면 가상자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정부는 여전히 제도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라며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가상자산 관련 보완 내용이 거의 없었던 만큼 준비 미비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4차 유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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