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의 너섬세상] '기득권' 포기 없는 정치개혁, 성공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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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수습기자
입력 2023-01-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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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부동산 앱으로 월셋집을 둘러본 적이 있다. 서울 중심가 21㎡ 남짓, 리모델링 후 처음 입주하는 한 매물의 월세가 29만원이었다. 이 가격이 말이 되나 싶어 급히 클릭했다. 그런데 관리비가 30만원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속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이 외에도 월세 40만원에 관리비 18만원 같은 ‘꼼수’ 매물은 비일비재했다.

이런 경험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 신고제'의 대표적 폐단으로 꼽힌다. 신고제의 원래 취지는 전·월세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 세입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집주인들은 어김없이 제도의 허점을 찾아냈다. 보증금 6000만원·월세 30만원 이상이면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임대차 계약에서 단연 '갑'인 집주인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냈다. 월세를 낮게 신고하는 대신 관리비를 높여 손해를 메운 것이다.

최근 정치권의 개혁 시도도 집주인들의 이 같은 행태와 다르지 않다. 국회는 거대 양당의 독과점 정치를 타파하고 정치 다양성 추구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 포문은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열었다. 윤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대안이 뿜어져나왔다.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해 권역별 비례제, 100% 연동형 비례제, 석패율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승자독식형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속내는 각자 다르다. 선거제도별로 여야 어디에 이득이 될지 표 계산을 하느라 분주하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제도가 유리할지를 두고 머릿속이 복잡한 탓이다. 

제아무리 좋은 제도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야 어느 쪽이든 손해를 감수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기득권을 손에 쥔 기성 정치인들은 선거제가 어떻게 바뀌든 꼼수를 쓸 가능성이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 대안이 등장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도 정치적 다양성 확대를 위한 시도가 있었다.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표의 비례성과 당선인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애초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던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제2의 세력을 만들었다. 이들은 총선 이후 다시 거대 양당에 편입돼 21대 국회에서 결국 양당이 의석을 독과점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포기’ 없인 진정한 정치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는 사실 ‘현실성 제로’에 가깝지만, 꼼수 없는 개혁을 위한 최우선 조건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여의도 정치판이 이대로 가다간 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의원직을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 세대에 건강하게 대물림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치 기반을 만들려면, 지금의 욕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현재 금배지를 단 분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세은 정치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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