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 '0건' 효성화학, 주가 하락에도 증권업계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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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1-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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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들 잇단 매도에도 리포트는 매수 '유지'

  • 신평사는 잇달아 등급 낮추고 부정적 의견

  • 중권사, 올해도 '매도' 리포트 한 건도 없어

효성화학의 울산공장 전경 [사진=효성화학]


효성화학이 올해 첫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된 가운데, 회사를 바라보는 투자자와 증권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계속되는 영업적자와 늘어난 부채 비율까지 더해 추가 투자를 망설여진다는 반응인 반면, 증권사 소속 기업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수요 예측 실패와 관련해 별다른 진단 리포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효성화학은 전일 대비 2.07% 내린 1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채 수요예측 주문 0건 이후 이틀 연속 하락세다. 전날 41억원어치를 팔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11억원을 추가로 매도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 부채비율 1400% 육박하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0건을 기록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7일 효성화학은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단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하고 전량 미매각을 냈다.
 
이와 관련해 주주 게시판에서는 부채 1300%가 넘는 회사에 누가 투자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주주는 "회사채 수요가 0건이라면 신용도가 얼마나 안좋은 것이냐"라며 "자본잠식도 얼마 안남았다고"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100% 유상증자와 함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팔아야겠다"는 글을 남겼다. 

투자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미매각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폴리프로필렌(PP)·테레프탄산(TPA)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효성화학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 값 상승에 영업적자가 이어져왔다. 여기에 베트남 화학 공장 신설과 대규모 투자까지 이어져 차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32.8%에서 지난해 3분기 1395.1%로 급증했다. 

투자자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리포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효성화학 관련 리포트는 흥국증권발로 더딘 수요 회복을 하고 있다며 매수 '유지' 의견을 제시했다. 타 증권사들도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지속이 전망된다고 말하면서도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수요예측 0건은 작은일이 아니"라면서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쉽사리 '매도'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보고서를 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법인영업 때문이다. 증권사는 기업 분석 외에도 기관투자자나 일반법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중개한다. 기관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투자금융(IB) 사업에서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예 관련 리포트를 내지 않거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놓는 것이 '매도' 의미로 보면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달리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는 효성화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에 대해 지난해 12월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 12일에는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수익성 부진과 과중한 재무부담 지속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동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베트남 투자 관련 자금 소요로 중단기 차입금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베트남 프로젝트의 이익 창출이 지연됨에 따라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46곳 가운데 지난해 1년 동안 '매도' 의견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증권사는 30곳에 달한다. 에프엔가이드 기준 올해 한 달 동안 증권사들이 투자의견 '하향'을 제시한 건수는 13건이지만 '매도' 의견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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