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새해에는 나도 에너지도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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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3-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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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앉아 있는 것에 이골이 났다. 책 읽고, 논문 쓰고, 강의 준비하느라 보통은 종일 앉아 있다. 더구나 2022년에는 새로 맡게 된 여러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학기 중에는 물론이거니와 방학 중에도 웬만한 수험생 못지않게 책상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보니 체중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불어난 데다가 건강검진 결과도 다이어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더 이상 다이어트를 미뤘다가는 건강을 해쳐서 내 바람과는 달리 강의와 연구 모두 잘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 상황은 내 건강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에너지 무기화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19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하는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천연가스, 유연탄 등 에너지 가격이 몇 배나 폭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이렇게 높은 상태를 지속 중이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022년 8월까지 누적으로 이미 1444억 달러를 초과해 전년 동기 대비 78.2%(634억 달러)나 급증한 상황이다. 2022년에는 8개월간 에너지 수입만으로도 2021년 연간 에너지 수입액인 1372억 달러보다 5.3%나 더 많아진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883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8개월간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만으로도 연간 경상수지 흑자의 70% 이상을 갉아먹은 셈이다.
 
이러한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물가, 무역수지, 환율 등 경제 전반의 위기로 옮겨가거나 더 증폭될 수도 있다. 또한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은 높아진 국제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재무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 국민의 위기의식은 아직 미약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데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여전하고 가정이나 상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도 증가세다. 실제로 한국전력 통계를 통해 2022년 10월까지 누적 전력 소비량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산업용 12.6%, 주택용 11.6%, 일반용 14.4% 등 모든 부문에서 증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과 수입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구조도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에너지 다이어트를 위해 먼저 공공 부문이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을 선도하고 있다. 공공 부문은 건물 난방온도를 17도로 낮췄고 전력피크 시간대에 난방기를 순차적으로 멈추는 등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에너지 다이어트 10'을 실천 중이다. 요즘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직장에 가서도 외투를 그대로 입고 근무하며, 내복과 터틀넥 입기를 실천하고 있다. 산업계도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있다.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정부와 '한국형 에너지효율혁신 파트너십(KEEP 30)'을 구축해 에너지 원단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동절기 자발적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기로 협약했다.
 
그러나 공공 부문과 산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십시일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범국민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스'가 결성되어 생활 속 에너지 다이어트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의 가정과 직장에서 에너지 소비 행태가 바뀌어 나간다면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우리 경제도 더욱 활성화되며,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2023년 새해에는 나도, 우리 경제도 다이어트를 통해 더욱 건강해지고 활력이 넘치는 체질로 개선되기를 기원한다.
 

김동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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