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빚 갚을게" 中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은행이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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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1-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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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이저우성 쭌이시, 3조 은행대출 상환 20년 '파격' 유예

  • 지방정부 재정난…부채 상환 어려워

  • 디폴트 피하기 위해…은행권 '어쩔수없는 선택'

  • 천문학적 지방부채 상환 '불확실성' 고조

중국 지방정부 부채 [사진=웨이보]

최근 재정난에 빠진 중국 지방정부들이 부채 상환을 미루며 리스크 부담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에 따른 경기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서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최근 구이저우성 쭌이시 산하 국유기업인 쭌이도로교각건설(遵義道橋)은 은행과 협상을 통해 156억 위안(약 2조9000억원) 규모의 대출 상환 기한을 20년으로 유예했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 상환은 최장 3년까지 연장시켜주는데, 20년 상환 유예는 전례가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첫 10년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도 되며, 원금은 이후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연 이자율도 기존의 7%에서 3~4.5%로 절반가량으로 낮췄다.

쭌이도로교각건설은 쭌이시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한 도시개발공사로, 현지 최대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이다. LGFV는 지방정부를 대신해 지방정부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 외 장부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의한 음성 부채는 보통 LGFV에서 비롯된다.

최근 현지 지방정부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빚을 갚기가 어려운 LGFV가 결국 은행권에 대출 상환 기한을 무기한 늘려 재정 리스크 부담을 떠안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일재경일보는 쭌이도로교각건설은 은행 채권단위원회를 통해 이러한 파격적인 채무 상환유예 조건을 밀어붙이며 압박을 넣었고 은행도 결국엔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원라이청 중앙재경대 교수는 제일재경일보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해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은행으로서도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개발 지역인 구이저우성은 그간 정부 주도의 도시 재개발이나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LGFV 음성부채가 쌓여만 갔다. 게다가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가 냉각돼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개발상들에게 토지를 대주고 받는 토지양도수입까지 줄며 재정난이 심해져 빚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도 지방정부 음성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디폴트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음성부채를 차라리 공식화하고 대신 상환을 유예해주는 방법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무원과 재정부는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음성부채를 더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기존의 LGFV 음성부채 문제를 금융기관과 협상해 상환 연장이나 채무 구조조정 등 방식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번 쭌이시 사례가 향후 재정난에 빠진 다른 중소 지방정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지방정부 부채액이 워낙 천문학적으로 많다 보니, 은행에서 아무리 상환을 유예해줘도 갚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광다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음성부채를 합친 중국 지방정부 전체 부채액을 최소 60조 위안(약 1경1000조원)으로 잠정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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