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韓·中·日 경제…'매파' 연준에 3국 중앙은행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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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최예지 기자
입력 2022-12-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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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중·일의 고민이 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시무시한 금리 인상에 3국 중앙은행들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마지막 비둘기'였던 일본은행(BOJ)은 결국 '매파' 연준에 무릎을 꿇었고, 경기 부양이 시급한 중국 인민은행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에 경제 구원투수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경기 침체의 소용돌이가 바짝 다가오고 있지만 이를 피할 묘수가 없어 보인다.

20일 한·중·일 중앙은행은 잇달아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매파 연준에 속수무책···日 비둘기 날개 꺾여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했던 BOJ가 고집을 살짝 꺾었다.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범위 상한선을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기준금리는 -0.1%로 유지하되 장기금리 허용선을 올려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이 확대된 것은 2021년 3월 0.2%에서 0.25%로 인상된 이후 처음이다.

BOJ는 YCC(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를 통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 아래로 제한해 왔다. 국채 금리가 중앙은행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판단되면 BOJ는 국채를 대거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눌렀다. 이번에 허용 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해 바로 적용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엔화 가치는 발표 직전 달러당 137.16엔에서 132.68엔까지 급등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0.25%에서 0.46%로 단숨에 껑충 뛰었다.
 
시장은 BOJ가 정책 변화에 나설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경제학자 모두는 BOJ가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이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5.1%(5~5.25%)로 제시하는 등 연준의 날카로운 매의 발톱이 BOJ의 비둘기 날개를 꺾었다.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가 40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점 역시 엔화 약세를 좌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BOJ의 결정은 '폭탄선언'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국 디플레이션 왕국인 일본마저 이번 인플레이션 광풍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번 긴급 발표가 2022년만큼이나 2023년도 예사롭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임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물러나고 새 총재가 취임하는 내년 4월 이후 BOJ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韓·中, 경제 구원투수 없어
발등에 경기 둔화라는 불이 떨어진 중국도 통화정책 운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와 5년 만기 LPR를 각각 3.65%, 4.30%로 결정하며 4개월째 동결했다. 경기 부양이 시급한 중국이 LPR를 동결한 것 역시 연준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만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갑작스럽게 방역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상황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축소된다면 위안화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면서 인민은행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은 이날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한 공개시장 조작으로 1440억 위안(약 26조원)을 순공급하는 등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긴축이 장기화하면 역레포를 통한 방어는 힘에 부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상반기가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로 갈 것인지에 대한 경계선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아직 금리 인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의 피벗 기대에 선을 그었다.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긴축을 버티지 못하고 인플레이션 억제 전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에 달하는 가계부채, 회사채 시장 유동성 경색 등이 한은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피치솔루션스는 “신용 시장에 대한 압박과 경제 약화는 한국은행이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한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주기의 정점이 임박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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