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의 너섬세상] 與野, 정쟁 멈추고 '정체성' 재정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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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수습기자
입력 2022-12-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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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처음 대면할 때 주고받는 것이 있다. 바로 명함이다. 이름과 소속, 연락처 등이 적힌 명함은 사회 내 '정체성'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국회에 발을 들인 첫날, 각 정당의 공보실을 돌며 출입기자 등록을 했다. 여러 명의 공보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의당 직원들의 명함이었다.

이들의 명함엔 '점자'가 새겨져 있다. 오돌토돌한 점자를 손으로 만지고 있자니 '역시 정의당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명함. 기득권에 맞서 약자 편에 서겠다는 정의당과 당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에는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는 정당이 무려 46개나 등록돼 있다. 이 중 국회를 이끄는 거대 양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 강령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며 경제 민주화를 구현하고,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며, 편법과 부정부패에 단호히 대처해 공동체 신뢰를 회복한다'고 선언한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의 역사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며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꿈꾼다. 

여야의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곱씹다 보면 의문이 든다. 아름다운 단어들로 점철된 문장에서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는 건 왜일까. 답은 '정쟁'에 있다. 그들만의 정치 유토피아를 가꿔가기는커녕 각자의 세력 유지, 이해관계 따지기에만 급급한 형국이다.

최근 10·29 이태원 압사 참사로 불거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문책 방식을 두고 수 일째 공방을 벌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에게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고 사고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건 여전히 뒷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는 너도나도 '무당(無黨)층' 공략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론의 판세가' 3(여)대 3(야)대 3(무)'이란 말이 돌자, 스윙 보터인 무당층을 끌어들여 몸집을 불리겠다는 전략이다.

그토록 '우리 편 키우기'가 하고 싶다면, 여야는 무당층의 의미를 재고해보라. 무당층은 곧 어떤 당의 정체성에도 매력을 못 느낀 이들이다. 또는 정쟁으로 썩어버린 정치의 실상에 신물이 난 상태다. 당초 여야가 내세운 '정체성'이 과연 무엇이었나 고민하고 재정비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 민심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김세은 정치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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