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8년 만의 복귀…윤제균 감독, 위기의 극장가 '영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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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11-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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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영웅'의 주역들 [사진=연합뉴스]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등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극장으로 돌아온다. 독보적인 창작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과 함께다. '쌍천만 감독' 윤제균 감독과 작품성·흥행성이 입증된 '영웅'이 극장가 보릿고개를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 '국제시장'(2014) 이후 8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JK필름 대표로 영화 '히말라야' '그것만이 내 세상' '협상' '공조' 시리즈 등 제작에 집중해왔던 그는 오랜만에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영웅'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뮤지컬 '영웅'은 지난 2009년 초연을 올리고 벌써 9연째 무대에 오르는 인기작이다. 뛰어난 만듦새와 중독성 강한 넘버로 창작 뮤지컬계 파도를 일으켰다. 제4회 더 뮤지컬상에서 최우수창작뮤지컬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윤 감독은 전작 '댄싱퀸'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정성화의 초대로 뮤지컬 '영웅'을 접했다. 공연 내내 "펑펑 울었던" 그는 공연장을 나서며 해당 작품의 영화화를 결심했다.

윤 감독은 "'영웅'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자랑스럽다', '멋지다'라는 마음보다 미안하고, 죄송한 게 더 크더라.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을 우리가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아프게 느껴졌다. '영웅'을 꼭 영화화하겠다고 다짐했고 벌써 그게 10여 년이 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정성화 [사진=연합뉴스]

윤 감독은 뮤지컬 '영웅'의 얼굴인 배우 정성화를 '안중근' 역으로 발탁했다. 14년 동안 '안중근' 역을 연기한 그는 '영웅'의 영화화 소식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정성화는 "감독님께서 '영웅'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하셨을 때,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옆에서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라고 생각했지, 이 역할을 내가 맡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안중근' 의사 역을 맡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는 꾸준히 뮤지컬 제작에 힘써왔다. '사랑은 비를 타고'부터 '렌트'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등 명작들이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라라랜드' '알라딘' 등이 큰 흥행을 거두었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관람하는 '싱어롱 상영회'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뮤지컬 영화들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음악과 극이 어우러지지 않는다",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라는 게 이유였다. 윤 감독 역시 뮤지컬 영화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지적하는 "음악과 극의 어울림", "자연스러운 흐름"을 오래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저 역시도 극과 음악이 섞이는 데 느껴지는 어색함, 이질감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 이질감을 없앨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다. '노래'가 연기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연기 하다가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이질적이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윤 감독만의 해결책은 '현장감'이었다. 기존 한국 뮤지컬 영화들이 '어색하다'고 지적받아왔던 후시녹음·후보정을 과감하게 지웠다. 윤 감독은 사전녹음·현장 녹음·후시녹음 3단계를 거쳐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뽑아낼 수 있도록 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웅'의 연출을 맡고 가장 먼저 결심했던 건 '무조건 라이브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이 결심과 동시에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 (동시 녹음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패딩점퍼를 입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라이브로 찍었다는 것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배우 김고은[사진=연합뉴스]


배우들들도 마찬가지였였다. 뮤지컬 '영웅'으로 단련되어있는 정성화마저도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기가 참 어려웠다고.  

정성화는 "뮤지컬에서의 노래란 무대와 음악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연기와 모든 음향이 잘 맞아떨어져 관객에게도 좋게 들려야 한다. 하지만 영화 현장에서는 달랐다. 백그라운드 뮤직이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노래해야 했다. 또 뮤지컬과 달리 표정 등 디테일이 중요해서 노래를 부를 때도 (표정에) 신경 써야 했다. 감정을 해치지 않으며 노래도 잘해 내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김고은도 "왜 뮤지컬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까 후회를 많이 했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방구석에 처박혀 울기도 했다. '왜 이렇게 생각이 짧았을까?' 내가 참 경솔했다. 노래도 기술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참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절충안을 찾았다며 "연기와 노래 중에서 연기라도 충실히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노래를 신경 쓸 만큼 잘하지도 못하니 연기라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과감히 노래를 포기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뮤지컬 영화'기 때문에 가창력보다 진정성이 더욱 중요했다고 거들었다. 진정성 있는 연기력과 감정선이 따른다면 가창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관객들의 마음을 동요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를 예로 들었다.

윤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께서도 노래를 부르신다. 진심으로 전하는 노래, 대사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 여실히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이 보더라도 나문희 선생님의 연기를 본다면 생각이 많아질 거다.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해 극장가는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여름부터 시작된 흥행 부진은 이후 개봉작들에도 줄줄이 타격을 입혔다. 4분기 기대작으로 불리던 히어로 무비 '블랙 아담' '블랙팬서2'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 극장가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가운데 12월에는 올해 마지막 기대작인 '아바타'와 '영웅'이 나란히 상영될 예정이다.

'영웅'으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사진=연합뉴스]


윤 감독은 "어쩌다 보니 '아바타'와 함께 개봉하게 되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두 작품 모두 잘 되면 좋겠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을 선택했다. 뮤지컬에서 보완한 점은 '설희'(김고은 분)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극 중 인물들에 관한 서사 등이다. 뮤지컬을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와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영웅'은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를 필두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 역의 김고은,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 '안중근'의 오랜 동지 '우덕순' 역의 조재윤, 이른 나이에 남다른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유동하' 역의 이현우, 독립군의 든든한 조력자 '마진주' 역의 박진주까지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한다. '진정성'을 내세워 진지하게 연출에 임한 윤제균 감독과 배우들의 호흡은 '영웅'의 주 무기다.

윤 감독은 "진심으로 만들었다. 진정성을 가진 영화인만큼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 올겨울 극장이 참 어려운데 '영웅'을 계기로 영화계가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과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박진주, 이현우는 12월 극장가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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