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국 수능장··· "교통사고로 병원서 시험" "신분증 두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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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입력 2022-11-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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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자도 시험장 입실··인천선 시험 보던 학생 2명 복통 병원행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확진자는 차에서 내리시면 안 돼요. 탑승한 채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 앞에서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경찰과 경비원이 한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에게 이같이 외쳤다.

⃟  "차 탄 채로 들어가세요"…확진자도 시험장 입실
이날 확진 수험생 대부분은 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입실했다. 불가피하게 접촉이 허용된 부모 외 사람들과는 철저히 격리된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여느 수험장처럼 자녀를 안아주기도,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상황. 자녀를 내려주고 학교를 빠져나오는 학부모들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수험생 아들을 바래다주러 온 김모씨(51)는 "코로나19 확진은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라며 "아들에게 그냥 시험 잘 보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2400명가량의 확진 수험생은 전국 110곳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과 25개 병원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다. 확진 수험생에게 수능 당일 별도 시험장으로 외출이 허용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고사장 들어가던 수험생 승용차와 충돌…병원서 시험
전남 순천에서는 고사장으로 향하던 수험생이 학교 앞에서 승용차와 부딪혀 병원에서 수능시험을 치르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광주·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5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고등학교 앞에서 승용차가 수험생 A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발목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병원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또 이날 오전 8시 25분쯤 광주 동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의 의식이 저하됐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차가 출동했다. 구급대원은 보건실에 있는 수험생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천에서는 수험생 2명이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다가 실신하거나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인천시 연수구 박문여고에서 수험생 A양(18)이 1교시 국어 시험을 보던 중 갑자기 실신했다. A양은 감독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계양구 안남고에서도 2교시 수학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B씨(20·여)가 복통을 호소해 119구급대가 출동했다. B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상태가 나아지고 시험을 계속 치르고 싶다고 하면 다시 고사장으로 돌아가 다음 교시부터 응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계 빌려준 경찰관·수험표 찾아준 시민 "모두가 응원"
전국 곳곳에서 일부 수험생들이 경찰과 시민들 도움으로 무사히 고사장에 입실할 수 있었다.

부산교육청 23지구 제1시험장이 마련된 해운대구 부흥고에서는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간을 1분여 앞둔 8시 9분쯤 한 학부모가 "아들이 '시계를 안 가지고 왔다'는 연락이 왔다"며 아날로그 시계를 가지고 계신 분을 다급하게 찾았다.

주변에 있던 해운대경찰서 재송지구대 한순성 경위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벗어 정문으로 나온 해당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오전 7시 30분쯤에는 한 수험생이 택시를 타면서 수험표가 든 지갑을 흘리는 장면을 한 시민이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에게 연락한 뒤 백양터널에서 택시를 따라잡아 지갑을 전달한 뒤 수험생을 순찰차로 옮겨 태우고 고사장까지 무사히 도착하도록 했다.

사하구에서도 오전 7시 40분쯤 한 수험생이 버스를 타고 고사장으로 가다가 차가 너무 막혀 경찰에 신고, 순찰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비슷한 시간 연제구 한 고사장 앞을 지나던 화물차에 실린 빈 병이 도로에 쏟아지면서 부서졌다. 이 사고로 수험생들의 입실 차질이 우려되자 경찰 등 관계자들이 긴급하게 수거 작업을 벌였다.

강서구에서는 오전 7시 20분까지 고사장으로 가야 했던 한 시험 감독관이 승용차 문을 열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경찰 도움으로 시간에 맞춰 고사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  "신분증 두고 왔어요"…순찰차 타고 무사히 입실
경기북부 지역에서도 고사장을 착각하거나 신분증을 두고 와 늦을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돕기 위한 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날 오전 7시 57분쯤 포천시 포천고등학교에서는 한 수험생이 "포천일고등학교가 수험장인데 착각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포천경찰서 경찰은 급히 순찰차를 몰고 출동해 1.8㎞를 3분 만에 주파, 무사히 수험생을 포천일고등학교까지 데려다줬다.

비슷한 시간 양주시에서는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는데 고사장에 제시간에 못 갈 것 같다"는 수험생의 신고가 접수돼 양주경찰서 고읍지구대 등이 순찰차로 수험생을 태우고 8㎞를 이동해 고사장에 입실할 수 있도록 했다.

파주시 지산고등학교에서도 고사장을 착각한 학생을 경찰이 순찰차로 약 8㎞ 떨어진 운정고등학교까지 수송했고, 남양주시에서도 오전 7시 25분쯤 "수험장까지 늦을 것 같다"는 학생을 경찰차에 태우고 고사장인 금곡고등학교까지 이동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이날 오전 7시 36분쯤 도로 정체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수험생 가족의 연락을 받은 대구 달서경찰서 상인지구대 경찰관들은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 길을 트고, 지름길로 안내해 수험생이 시간 안에 시험장에 도착하도록 했다.

오전 7시 49분쯤 달서서 월성파출소 경찰관은 '수험표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한 수험생 가족의 신고를 접수하고, 그 가족을 순찰차에 태워 고사장까지 이동해 수험표와 신분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비슷한 시간 성서경찰서 성당파출소에서도 시험장인 경덕여고까지 가야 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순찰차가 수험생을 실어 날랐다. 또 동부경찰서 큰고개지구대 순찰차도 신암연합내과 삼거리에서 수험생과 가족을 태우고 시험장인 수성구 남산고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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