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우군 확보 전면전 나선 中…시진핑ㆍ리커창 '투트랙' 다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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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2-11-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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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20차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중국이 본격적인 글로벌 다자외교에 나서기 시작했다. 리커창 총리는 10~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되는 중국과 아세안 회의,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했고, 시진핑 주석은 14~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8~19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코로나19와 시 주석의 3연임 등 국내 이슈로 글로벌 다자외교 무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우군 확보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 총리가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시 주석은 글로벌 다자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무엇보다 5차례 화상회의만 진행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는 큰 이슈 없이 기존 양국의 팽팽한 입장과 노선을 확인했고 가능한 한 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쟁과 협력을 진행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만큼 미·중 양국 모두 결코 자국의 핵심 이익을 양보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은 낮다.
 
이번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해 벌이는 해외 세일즈 외교의 의미는 남다르다. 중국은 당면한 녹록지 않은 대내외적 상황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일등공신인 소비와 서비스 산업이 붕괴된 상황에서 수출 확대를 통해 추락하는 중국 경제를 방어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친러시아 행보, 권위주의 확산 등 실추된 중국 이미지를 복원해야 한다. 이번 전방위적인 중국의 다자외교 활동 목적과 방향은 크게 2가지 관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 확대를 통해 정치외교 및 경제적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가고자 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는 일대일로 연선 국가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수출의 21.8%, 수입의 35%를 차지하고, 해외직접투자(FDI) 1위 국가로 인도네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월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자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양국 관계가 지속되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는 축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비록 나투나 제도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 균형자적 외교전략을 취하면서 실용 경제외교를 통해 국익을 챙기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입찰 경쟁국인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도 건설권을 획득해 7년간 공사를 통해 2023년 6월 개통 예정이다. 전체 길이가 140㎞에 이르며 개통되면 시속 350㎞로 운행해 기존 3시간이었던 소요 시간을 40분으로 단축하게 된다. 중국중차(CRRC) 계열사인 쓰팡(四方)이 설계를 담당하고, 야완(雅萬)이 제조한 순수 100% 중국의 설비, 시스템, 기술과 표준이 적용된 고속열차가 수출되는 것인 만큼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중국식 표준이 동아시아 철도의 표준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시험 운행을 축하하며 향후 지속적인 일대일로 사업 확대를 강조할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시 주석의 지난 집권 10년을 대표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자 글로벌 경제외교의 핵심이다. 특히 중국은 자국 기술과 표준으로 아세안과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범아시아 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작년 12월 윈난성 쿤밍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1035㎞를 평균 시속 160㎞로 운행하는 고속철도가 개통되었고, 향후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태국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은 아세안 각국 정상 간 회담을 통해 범아시아 철도망 구축을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왕이 외교부장의 태국 방문 때 2026년까지 방콕∼나콘라차시마(250㎞) 구간 철도를 완공하고, 2028년까지는 라오스 국경 도시 농카이까지 연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끝난 상태에서 시 주석이 더욱 힘을 실을 것이다.
 
둘째,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 입장에서 아세안은 미·중이 충돌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우군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진행한 특별정상회의는 중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기후, 해양, 보건 문제 대응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1978억원)를 지원한다는 당근책에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 간 쟁점이 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도 확실히 아세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12일 개최된 미국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따라서 향후 시 주석 집권 3기의 중국 대외정책과 외교의 초점이 상당 부분 아세안 국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뒷마당을 미국에 넘길 수 없다는 삼엄한 내부 분위기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중국판 공급망 구축을 위해 아세안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20년부터 아세안은 중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로 성장해 중국 수출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1분기 기준 중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 간 전체 교역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47.2%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8월까지 중국의 대아세안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기타 지역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아세안 국가들과 디지털 경제 및 녹색경제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향을 논의하고, 고품질의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중 간 대립 속에 동남아 국가들의 가치와 몸값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국익을 최대화하며 미·중 양국 사이에서 균형자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지정학적·지경학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가치와 몸값은 아세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중요해졌다. 지난 11일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언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의 연장선인지 우리 자강을 위한 새로운 비전인지 지금은 분명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자강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자적 접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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