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북한 '도발'의 실체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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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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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표면상 마무리되었다.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인 B1-B도 2대나 출동하면서 남북한 사이에는 거친 공방전이 오갔다. 그렇다고 한미연합훈련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연중 내내 개최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실시될 것이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은 극도의 반발을 보인다. 이번에는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공해 상으로까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군대의 존재가 국방과 안보에 있으니 훈련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반발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로 간주한다.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정부 또한 그런 북한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보는 각도는 완전히 다르다. 한미연합훈련을 그들 체제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실전을 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질런트 스톰(STORM: STrategic & Operational Readiness Momentum)만 하더라도 명칭 그대로 한반도 “전시작전 준비훈련”임을 알 수 있다. 240여대의 군용기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으로 한반도 전역이 군사적 임무 수행의 대상이 된다. 훈련에 임하는 개별 전투기에는 평양 중심부가 포함된 북한 핵심 표적 수백 개를 단번에 타격할 수 있는 공중임무명령(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 Pre-ATO)이 부여된다. 단 한 순간의 돌발적인 상황이나 명령으로 공격적 자세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휴전선에서 평양까지는 수분이면 도달한다. 북한은 이와 같은 훈련에 극도의 위협과 불안감을 느낀다. 북한의 신경질적 반응은 그들이 안고 있는 불안감과 위협감에 대한 반발 외 그 어떤 것도 아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살해 작전, 체제전복 연습으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나면 북한이 초토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미국은 순항 미사일 2,000기와 함께 “크롬돔(Chrome Dome)”작전으로 “북한을 15분 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임을 호언하고 있다. “크롬돈 작전”은 핵폭탄을 장착한 미군의 전략폭격기들이 초계 비행을 하다 공격이 감지되면 즉각 핵 공격에 나서는 작전계획이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가 주 타격 수단이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은 즉각적인 작전수행을 위한 B-1B 전략폭격기의 준비태세를 일컫는다,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스쳐가기만 해도 북한 지휘부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그 외에도 평양까지 30분이면 도달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3도 있다. 이미 수차례 시험발사를 마친 상태다.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북한에게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악몽과도 같다. 구소련을 업고 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북한 전역이 초토화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73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는 두 채의 건물만 남았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북한에게 안겨준 것은 말 그대로 완벽한 잿더미, 완전한 폐허였다. 우리가 잘 아는 “원산포격”은 전쟁 발발로 미군이 참전이후 휴전협정이 발효하는 2분전인 1953년 7월 27일 오후 9시 58분까지도 지속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폭탄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네이팜탄이 북한을 초토화했다. 네이팜탄(Napalm bomb)은 휘발유를 젤리로 농축해 만든 불 폭탄이다. 당시 미 공군은 소위 ‘전략 폭격’이라는 이름하에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맹폭했다. 북한의 22개 도시가 네이팜탄 공격을 받았다. 전쟁이 종료되었을 때 북한의 주요 도시의 삶의 터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과민 반응은 그런 악몽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로는 남한을 당해낼 수 없다. 세계 6위의 한국의 국방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남한의 미사일 방어용 3축 체계는 북한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위협이다. 3축 체계는 표적탐지와 식별을 통해 타격을 가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핵무기 사용징후를 포착, 선제타격을 가해 평양 등 일정지역을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이 가장 적게 들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핵으로 무장된 미사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내 집 문 앞에서 전쟁놀이는 물론, 하찮은 공놀이라도 하고 있어도 다른 데 가서 놀 것을 권유한다. 잘못해서 공이 집안으로 들어와 창문이라도 깨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전쟁연습이 자신의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 것인가. 두려움이자 위협 그 자체다.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하루 연장하기로 결정한 이후 북한이 보인 반응을 보라. 훈련이 연기된 날 북한은 즉각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추가 발사하고 동해상 남북 완충구역에 80여발 포사격을 단행했다. 그 다음날에도 전술조치선 이북에서 북한 군용기 180여 대를 출동시켰다. 그만큼 절박한 위협을 느꼈던 때문일 것이다. 미 랜드연구소도 이번 북한의 대응이 얼마나 절박하고 긴장된 상태인지 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남한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자청하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자산 운용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결의했다. ‘김정은 정권 종말’이란 문구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미국은 어떤가. 한미 당국의 확장억제력 강화와 이에 맞선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로 한반도 핵전쟁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 절대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를 기만술로 치부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과정으로 들어서려고 했던 결심도 포기한 지 이미 오래다. 북한은 더 이상 그런 어설픈 협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이 진정으로 대북 적대적 행위와 정책을 거두지 않는다면, 목숨이 부지하는 순간까지 싸울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다짐해 놓고 있다.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을 위협하는 훈련을 한다면 북한이 보일 반응은 뻔하다. 비핵화 협상에 참여는커녕,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매진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우리를 비통하게 하는 현실이 따로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이행과 중단을 모두 미국이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다른 먼 곳에서 한다고 해서 한국의 안보나 국방력이 약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다. 남북이 현재 걷고 있는 길이 평화의 길이 아닌, 당장 거두어야 할 전쟁의 살얼음판이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당면해 있는 현실이다. 평화가 가장 바람직한 안보가 아닌가. 북한을 온통 없애버리고 난 다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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