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태원 참사 누구 탓인가? 온라인에 번지는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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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11-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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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 표현 갑론을박

  • 용산구청장 '핼러윈은 현상' 발언도 공분

  • "책임 회피 위해 애도 강조" 의구심까지

지난달 31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방송 인터뷰 갈무리. [사진=MBC]

지난달 29일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온라인에서 책임 공방이 뜨겁다.

1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는 '책임 회피' 키워드가 1만5000회 이상 트윗되며 트렌드 검색어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이번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이날 SNS에는 한 공무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 전체적으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했다"는 웹메일을 받았다며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해당 웹메일을 캡처한 게시물에는 '참사'가 아니라 '사고', '희생자·피해자'가 아니라 '사망자'나 '부상자'로 쓰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관련 자료를 작성하는 경우 위와 같이 용어를 통일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포함돼 있다. 이 웹메일은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 형식이다.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이번 사태를 참사(慘事)로 볼 것인가, 단순 사고(事故)로 볼 것인가를 놓고 논쟁 중이다. 

한 누리꾼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로 바꿔야 한다"며 "참사를 참사라 하지 못하고 희생자를 희생자로 말하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책임 회피와 축소에만 몰두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져라"라고 말했다.

또한 용산구청장이 핼러윈 행사를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 '축제'가 아니라 단순한 '현상'이라 표현한 것을 두고도 책임 논란이 일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면서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강변한 바 있다. 

이에 또 다른 누리꾼은 "책임 회피하려고 핼러윈을 축제라고 안 하고 현상이라고 표현하는 인터뷰 보면 가관이다. 꼬리 자르기를 위해 현상이라는 기이한 단어를 만들어낸, 축제를 축제라 부르지 못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라고 지적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핼러윈 데이는 용산구청이 안전 대책을 세울 의무가 있는 지역 축제가 아니었다는 설명에, 많은 누리꾼들이 이틀 전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지역의 지자체장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자발적 집단 행사일수록 국가가 안전을 관리하는 건 상식의 영역이며 재난안전법의 입법 취지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 밖에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고, 행정 및 공공기관의 모임이나 행사를 중단하는 등 정부가 애도를 강조하는 것 역시 사과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 

"어떤 진상 규명이나 사과도 없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책임 회피용으로 강요하는 애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통령, 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 행정 라인에 있는 이들 그 누구도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이가 없다. 오직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박 용산구청장은 책임 회피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날 처음으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내놓았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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