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이어 푸르밀 철수까지... 유업계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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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0-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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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남양유업 매각에 이어 푸르밀까지 사업 철수를 발표하자 유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푸르밀의 자진 사업 중단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전국 단위 유제품 기업이 붕괴한 것은 푸르밀이 처음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범(凡) 롯데가인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부로 유(乳)사업을 접는다. 푸르밀 전신인 롯데우유가 1978년에 설립된 지 45년 만이자 롯데우유에서 독립한 지 15년 만이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 17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 350여 명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2015년 지역 단위로 사업을 전개했던 영남우유가 폐업한 적은 있지만 전국 단위로 사업체를 운영하던 유업체가 사업을 중단한 사례는 푸르밀이 최초다. 특히 지난해 남양유업이 매각 시도와 번복 논란이 일어난 후여서 충격은 한층 크다. 유업계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업계는 우유 소비 감소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푸르밀은 2018년 영업손실 15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매년 확대됐다. 

지난해 5월 지분 매각을 결정한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4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올 상반기 매일유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줄어든 308억원이다. 

유업계 위기는 우유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흰우유 소비가 감소했음에도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은 매년 올랐다. 

낙농업계와 유업계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지난해 26.6㎏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13.3% 줄어들었다. 여기에 2006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유제품 소비도 늘었다. 국내 유업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멸균 우유 등 수입산 우유의 시장 점유율은 54.3%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국내 우유 자급률은 지난해 45.7%로 2012년 62.8%에서 17.1%포인트 급락했다. 

향후 우유 시장 전망도 암울하다. 미국·유럽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2026년에는 외국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도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중소 유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국내 원유 가격은 리터(ℓ)당 1100원으로 호주·뉴질랜드산 원유(400~500원)보다 2.5배 비싸다. 
 
국산 우유 가격이 비싼 데엔 '원유 할당제' 영향이 크다. 생산비 상승분을 우유 원유 가격에 반영하는 생산비 연동제 매년 원유 가격이 오르는데 원유를 일정 물량 사들여야 하는 '원유 할당제(의무 매입물량)'로 유업체들은 비싼 값에 원유를 매입해야 한다. 원가 부담은 날로 가중되는데 우유 수요까지 줄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낙농업계, 유업계가 원유가격 구조개편을 논의 중이나 이견이 커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업계는 흰우유와 가공우유 등 사용처별로 원유 가격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으로 국산 우유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 산업은 우유 소비 감소와 원유 가격 경쟁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며 "푸르밀의 사업 철수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점유율이 높은 업체에 수요가 몰리면서 그 외 기업들은 경영난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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