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통신판매중개업'인데…'가품 천국' 네이버, 책임 회피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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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10-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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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에 유통되는 가품 44%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 '통신판매중개업' 강조하며 판매자 탓…'책임 회피'

  • 명품·패션 등 다른 플랫폼은 자정 위해 투자 지속

[사진=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캡처]

네이버가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중에서 위조 상품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가품 천국’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네이버는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명목하에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중소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이 정품 유통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일부 정품이 아닌 제품의 구매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발 빠른 보상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은 ‘국내 주요 온라인몰 위조상품 유통 적발 품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가품 유통 적발 사례는 18만2580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특허청이 집계한 전체 위조상품 유통 사례(41만4718점)의 44%에 달하는 수치다. 쿠팡(12만2512점), 위메프(6만6376점), 인터파크(2만3022점) 순이었다.
 
두 번째로 많은 쿠팡과 비교해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가품 유통 사례가 6만점 이상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온라인 위조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현황은 122건으로 가품 유통 적발 건수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었다. 이는 가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업체들이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황운하 의원실]

◆네이버 ‘신뢰성에 대해 어떤 보증도 하지 않는다’ 일축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이용과 관련된 ‘네이버 쇼핑’ 서비스 법적고지를 통해 “네이버는 정확성이나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뢰성에 대해서는 어떤 보증도 하지 않으며, 정보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직접, 간접, 파생적, 징벌적, 부수적인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네이버 쇼핑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 여부는 전적으로 이용자 본인의 책임”이라면서 “쇼핑몰의 활동이나 쇼핑몰에서 제공되는 상품, 서비스와 관련도나 손해, 손실 등 이용자와 쇼핑몰 간 행해지는 거래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이유로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가품이 유통돼 고객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자신들은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네이버의 운영 정책과 이용자 고지 내용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합법’ 사항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고객들이 가품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매우 까다롭다. 최근 들어 판매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는 시차와 언어 문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해당 판매자가 여러 고객의 신고로 ‘판매 중지’를 당하면 피해 고객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판매자와 연락이 끊기게 된다.
 
이런 경우 네이버 분쟁조정센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고객이 직접 검증 기관에 정·가품 여부를 확인받아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소비자 A씨(32·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했는데 모양이 뒤틀려 있고 앞코가 눌려 있어 가품으로 의심되는 신발이 왔다”면서 “판매자에게 항의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판매자가 판매 중지 상태가 돼서 환불받을 기회조차 사라졌다. 내가 산 제품이 가품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네이버에 항의를 할 수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계열사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에 제품 검수 시스템 강화를 위해 740억원을 투자했다. 크림에선 ‘100% 정품 유통’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는 가품 천지임에도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명품과 패션 플랫폼 ‘가품 유통 차단’ 자발적 투자
반면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등록된 다른 커머스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중개한 제품에 대해 책임지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발란과 머스트잇 같은 명품 플랫폼들이 대표적이다. 연간 거래액 3000억원 이상인 이들은 가품 유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가품 발생 시 고객에게 200% 보상을 진행하고 추가로 법무팀을 통해 해당 입점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 트렌비도 지난 8월부터 전 제품 무료배송 및 무료 정품감정, 1년 무상 AS 등의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 ‘케어비’를 선보였다. 발란은 지난 9월부터 한국명품감정원을 통한 감정 서비스가 포함된 ‘발란 케어’를 운영 중이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도 지난 4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해외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검사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또 물류센터에 매입·보관 중인 해외 명품 브랜드 패션잡화에 대해 전수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패션·명품 플랫폼에서 연간 1~2건의 가품 판매만 확인돼도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을 잘 알기에 가품 유통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반면 네이버는 3년 동안 18만건에 달하는 가품을 유통하면서도 동일하게 통신판매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다른 업체와 달리 몸집 불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2조원을 들여 미국의 중고거래 커머스 업체를 인수한다는데, 내실 없이 몸집만 불리기보다는 국내에서 가품 유통을 차단하려는 투자를 더욱 늘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가 1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나이키 에어맥스 97 트리플 화이트 제품.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짝퉁 활개 치는 오픈마켓…정부 차원 법안 마련해야
온라인 거래 특성상 정·가품 판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판매자들로 인해 피해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규모는 161조원을 넘어섰다. 직접판매와 병행수입, 중고거래까지 늘어나면서 가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도 많아졌다.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외 판매자를 차단하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오픈마켓 특성상 많은 판매자가 입점해 있다 보니 플랫폼의 눈을 속여 얼마든지 가품을 팔 수 있는 구조다.
 
결국, 고객이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신고해야 사후조치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품을 판매한 판매자의 잘못이 크지만, 이를 중개하고 판매하도록 도운 온라인 플랫폼 사의 책임소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법안(온플법)’은 현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부딪히며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에서 발의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관련 법안은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황운하 의원은 “위조 상품 판매는 국민의 소비문화를 기만하는 일종의 민생범죄와도 같다”면서 “현행 전자상거래법에서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되는 온라인 쇼핑몰은 개별 판매자의 고의로 인한 소비자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의 관리 감독 강화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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