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 진단과 처방 긴급 좌담회] ② "윤 정부, 위기상황 가감없이 시인하고 '범국민 대책위' 꾸려야"…대정부 긴급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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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0-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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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곽재원 아주경제 논설위원장을 좌장으로 현 경제 상황 진단 및 대응책 제시를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진일 고려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한택수 한국정책재단 고문, 곽재원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곽재원 :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끌어가는 데 당장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오정근 : 일단 현 정부에 어젠다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지나도록 국민들이 윤 정부가 뭘 하려고 하는지를 모른다.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처럼 보다 구체적인 내용, 이를테면 '윤석열노믹스' 등을 만들어 알리는 것도 좋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통상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는데 일본은 사전에 로비를 해서 손해를 안 보도록 한 반면 우리는 뒤늦게 알게 됐지 않았나. 미국이 주도하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가입하느라 중국으로 반도체 수출도 안 되고,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석유(에너지)나 곡물 등 자원도 통상 이슈 중 하나다. 정권이 바뀌면서 통상정책이 실종된 상태인데 통상 부문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곽재원 : 윤 대통령이 최근 변양균씨를 대통령경제특보(경제고문)로 임명했다. 변 특보가 설파하는 것이 공급 중시 경제인데 당장 금융위기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사이에 기업들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가.

오정근 : 지금 매크로(거시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규제개혁, 노동개혁, 세제개혁 등 4대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미국 등은 최근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이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은 10곳 중 9곳이 돌아올 의향이 없다고 한다. 다만 현 상황으로는 4대 부문 개혁 단행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기재부 관료 말고) 사심 없이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당장은 욕 먹더라도 50년 후에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인물이어야 한다.

김진일 :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베이비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25bp 인상)으로 가느냐, 빅 스텝(50bp 인상)으로 가느냐인데 결국 가계부채 등 경기 침체 리스크가 더 크면 조금씩 올리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환율 이슈가 더 크면 크게 올리고 그래서 왔다 갔다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소통의 문제다. 우선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 놓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곽재원 : 그렇다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를 중심으로 한 경제·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있다고 보나.

한택수 : 현재 정부 관료들(혹은 경제팀) 능력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쓰나미가 온 만큼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주문을 할 수도 없으니 그저 지금의 혼란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버티기를, 살아남기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대부분 실물경제 충격만 생각하는데, 금융 시스템까지 충격이 같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 어차피 세계 경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다 가라앉을 것이므로 우리 혼자 팔짝 뛴다고 뛰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숨이 꺼지지 않게만 관리(매니지먼트)를 잘해야 한다, 그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이 시장(마켓)을 잘 관리할 것이냐는 정말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오정근 : 현재와 같이 달러 강세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역유출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미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개념으로 오해를 하는데 저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반대 의견이다. 지금 한은은 외환 보유액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걸 조심해서 관리해야 하는데 올해에만 벌써 환율 방어를 한다고 약 230억 달러를 쓴 상태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당연히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원화가치 하락 베팅을 막아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국제금융기관에 평상시에 '우리가 급할 때 우리가 100억 달러를 빌려 써야겠다'고 약정을 하는 것이다. 급할 때는 아무도 약정을 해주지 않는다. 지금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그런 부분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가 보유한 만기별 채권 채무 매트리스를 가지고 아주 세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지금 KIC(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하는 규모가 3300억 달러 규모인데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엔 해외에 투자하고 있던 돈들이 필요할 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투자당사국 역시 위험할 뿐 아니라 해당 자금이 장기에 묶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면밀히 점검해서 (유사시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어떤 것인지, 만기별로 확인해서 가용 가능한 수준을 공표하고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부분은 대통령이 작심해서 나서야 하고 총대 멜 사람도 있어야겠다.

곽재원 :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당하지 못할 쓰나미가 왔을 때에 대비해 민간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는지.

오정근 : 맞다. 지금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 추경호 부총리가 주재하는 ‘거시경제 금융회의(거금회의)’가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엄청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범국민 비상대책회의’를 꾸려서 매주 혹은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개최해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택수 :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가 먼저 고백해야 한다. 사실 현 정부 들어서고 100일 계획이니 공약집 등을 언급하다가 타이밍을 다 놓쳤는데 당장 공무원들이 만든 정책 몇 개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방법이 없다. 우리도 능력이 없고 우리 가진 게 뭐 있고 아는 게 이거다. 그러니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렇게 반성과 고백을 하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도 그렇고, 외환도 그렇고, 달러도 그렇고, 뭐도 그렇고 전략을 짜는 것밖에는 없다. 제가 답답하게 생각했던 건 위기 우려 속에서 ‘우리나라 순대외자산이 6000억 달러라 안심해도 된다’ 이런 식의 정부 대응이었는데 당장 일본은 외화자산이 4조 달러다. 그러한 일본도 엔화가 떨어지는 판국에 우리가 그거 가지고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곽재원 : 지금 본격적인 국감시즌에 돌입했고 보름 정도 후에는 국감이 끝난다. 이 기간 동안 (윤 정부가) 준비를 잘해서 여야 정쟁 대신 힘을 합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방법이 될 듯싶다.

한택수 :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현 경제팀은 국민과 대화를 할 줄 모른다. 가계부채 이슈도 항상 관리 가능하다고 하지만 관리 가능한 부채가 어디 있나. 에너지 이슈도 올 상반기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9월 들어서야 들고 나섰다. 결국 신뢰성을 상실하기 일보 직전이다. 신뢰를 주려면 적어도 '태풍이 오고 있는데 피해자가 이 정도 생길 것 같다, 우리가 적어도 3년 정도는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식으로, 적어도 정부가 그 앞을 어느 정도 보고 있다는 점을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진일 : 말씀하신 대로 정부가 얼마나 큰 위기인지를 솔직하게 자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자신이 틀린 걸 학생들이 지적했을 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노벨상을 타더라. 사실 대부분은 창피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 지금은 틀린 걸 인정할 줄 아는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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