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K-POP 가수의 병역 문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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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법무법인CK 대표변호사
입력 2022-10-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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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법무법인CK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CK]

대중문화 예술인에 대한 병역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이어진 지는 오래다. 국방부는 지난 2019년 '병역 대체복무 제도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하면서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했다. 그러나 대체 복무 감축 기조와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형평성 제고 등을 이유로 '대중 가수'를 보충역 편입 대상인 예술 요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K-팝(POP) 가수들의 병역 문제, 이대로 좋을까.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특례 보충역'에서 유래했다. 예술이나 체육 등 특기를 가진 사람이 대체 복무의 기회를 받아 '문화 창달과 국위선양'을 하도록 하는 게 제정 취지였다. 이후 같은 법이 1993년 폐지돼 '병역특례'라는 개념은 법률 용어에서 제외됐으나 관행적으로 '병역 대체복무 제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헌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 K-POP 가수나 대중문화·예술 분야에 있는 이들을 '예술·체육 요원'에서 제외하는 건 헌법상 평등원칙과 문화국가의 원리에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시혜적인 법률의 경우 차별이 발생할 때 '자의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 자의금지 원칙에 어긋나 평등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차별 취급'이어야 한다. 또 차별 취급이 자의적이어야 한다. 

대중음악 분야는 특히 비교집단인 순수예술분야와 동일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한 주에 빌보드 '핫 100 차트'와 '빌보드 200 차트' 정상을 동시에 이룬 최초의 가수이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K-POP 가수의 국가 브랜드 파급력은 순수예술 분야의 수상경력보다 훨씬 더 크다. 

대중가요 분야도 순수예술과 같이 '20대 최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술·체육 분야의 인물도 20대에 최전성기를 맞이하듯, 대중가요도 10대에서 20대 연습생 기간을 거쳐 데뷔를 하고 해외 공연을 통해 '국가 브랜드' 활성화에 기여할 때가 현역 복무 시기와 중첩되는 점도 같다.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 대중예술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 있었다. 1978년 개장한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대중예술을 외면하고 국제가요·샹송 가수 공연만 허락하다가 1989년에 처음 패티김이나 이미자 등 대중가수들의 무대 기회도 열렸다. 대중가요 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집단에 대한 대체복무제도에서 대중가요 분야를 제외하는 건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된다. 대중 예술인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대중가요는 국제예술경연대회 수상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1984년에 시작된 빌보드 차트의 경우 현재 세계 각국 대중음악 흐름의 주요 지표가 됐고, 대중성과 공신력 있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대중가요 분야에 현역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해도, 영화계와의 형평성 문제는 '차별의 합리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시혜적 법률의 적용에 대해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는데도 다른 비혜택집단의 존재를 이유로 차별취급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문제가 나오면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이유를 종합해 보면 대중가수 분야를 대체복무요원에서 배제하는 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K-POP 가수를 대체복무요원에 포함하는 게 헌법상 문화국가 원리에도 부합한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는 건국헌법 이래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특히 '엘리트 문화'뿐만 아니라 서민문화, 대중문화도 대상으로 한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 사건'에서도 대체복무 제도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 부족으로 대체복무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국방부도 이번 제도 개선방안에서 예술·체육분야 대체복무요원은 편입인원이 연간 45명 내외에 불과해 편입인원 감축을 통한 병역자원 확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봤다. 대체복무요원에 있어 '대중가수 편입기준'을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면 대체복무 감축기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대중가요 분야에도 '국위 선양' 등을 이유로 한 병역 대체복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에는 병역법 개정안 5개가 상정돼 있다. 병역 특례를 대중문화예술로 확대하는 개정안 3개와 대중문화 예술인의 입대 연기 기한을 만 33세로 3년 늦추는 법안, 문화훈장·문화포장 등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법안 등 5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제는 국회가 결단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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