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우선주의'에··· 셈법 복잡해진 韓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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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2-09-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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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5년 간 2.8조원 바이오 관련 정책 투입

  • 셀트리온 "현지 생산시설 확보도 적극 검토"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이 자국 바이오산업 보호를 위해 전폭적인 투자·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바이오 분야의 '메이드 인 USA'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위탁생산(CMO) 비중이 높고 생산시설이 국내에 한정돼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현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수혜가 기대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이 15일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내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각 부처 고위 관료가 참석한 가운데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회의를 개최하고 5년간 20억 달러(약 2조7800억원)를 관련 정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바이오 생산 기반 구축에만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가 들어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처럼 미국이 바이오 분야에 대해 자국 생산 기조를 강조함에 따라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현지 진출을 고민해 온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이날 회사 공식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셀트리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항체치료제 위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CMO 사업 비중은 매우 작다”면서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향후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등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미국 내 직접 생산시설 확보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해 이번 미국 정부 결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국 공장은 원래 추가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고부가가치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 중 미국과 수주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측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생산시설이 한국에만 국한돼 있어 이번 미국 정부 결정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CDMO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두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불리한 조건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 행보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의 선전도 기대된다. 진원생명과학 자회사인 VGXI는 미국 텍사스주 콘로시에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 공장을 설립 중이며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2021년 ‘리스트 랩스’를 인수하며 미국 CDMO 시장에 진출해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차바이오텍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는 지난 5월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설을 준공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다른 CDMO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신규로 짓는 것은 생산거점 확보와 물량 관리 등을 따져보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신약에 대해서만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매년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미국 내 생산만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그동안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을 주저해온 이유가 높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는데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지원이 늘면 현지 진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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