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재료값, 장바구니 비상] ​"오르기만 하고 내리진 않아"...연중 가격인상에 소비자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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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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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내 식용유 진열대 모습. [사진=남라다 기자]


그간 식품업계에서는 1년에 한번만 가격을 인상하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러한 관행은 깨졌다. 연초부터 이어진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행렬은 초가을 문턱까지 계속되고 있고 그 와중에 두 번씩 올리는 업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가격 인상이 연중행사처럼 이어지면서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0.9포인트) 대비 1.9% 하락한 138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지난 3월 사상 최고치(159.7포인트)를 찍었다가 한 달 뒤 4월부터 하향세로 돌아서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에는 역대 최고인 8.6% 하락했다. 곡물, 유지류 등 5개 품목군 가격도 모두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곡물 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7.3포인트) 대비 1.4% 떨어진 145.2포인트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주요 곡물의 수입단가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제곡물 9월호' 보고서는 4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각각 171.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분기 전망치보다 각각 9.0% 떨어진 수치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2020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해당 지수는 곡물의 현재 시세를 나타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흑해 지역의 수출이 재개돼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됐다"면서 "게다가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등의 여파로 3분기 곡물 선물가격지수는 2분기보다 14.9% 떨어진 164.6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하락 전망에도 최근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식품가격 인상률이 원재료값 상승분을 넘어선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콩기름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2018~2022년 6월 시중에 판매하는 콩기름 가격을 분석한 결과,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1월 이후 지난 6월까지 콩기름 원재료 가격은 748원 올랐으나,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사조해표에서 만든 콩기름 소비자가격은 평균 2979원이나 인상됐다. 소비자가격 인상률이 원재료값 인상분의 4배 가까이 됐다. 심지어는 지난 8월 원재료값이 1.5% 하락했는데도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3.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감시센터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급 불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차질 등으로 콩기름 가격이 불안정했지만, 흑해 항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운송이 5개월 만에 재개돼 국제 곡물 가격도 하락했다"며 "기업들이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인상 시류에 편승해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 없이 가격 인상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면 재빠르게 가격을 인상하고 반대의 경우엔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원재료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구매처를 옮기는 등 혁신을 꾀함으로써 가격 인상을 자제한다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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