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복합위기 난제 …'기업하는 자유'부터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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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입력 2022-09-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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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기업하는 자유’를 돌려드리는 것이 끊임없는 혁신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에 마중물을 붓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아주경제의 ‘제14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2 GGGF)’에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기업 규제완화를 핵심 정책기조로 삼겠다는 의미인 동시에 ‘생산성 높은 경제’로의 경제구조개혁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는 지금 복합위기의 시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저성장과 생산성 하락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코로나 팬데믹, 보호무역주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겹쳐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苦)를 몰고왔다.

복합위기가 표출되는 양상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가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를 유도하며 세계 경제를 리드하고 있는 미국의 자세에 주목하며 추수(追隨) 하고 있는 형세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8월 26일 경제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행한 고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해 ‘해낼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는 발언은 이제 주요국들의 금과옥조가 된 듯하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가 극에 달한 2012년 7월 26일,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whatever it takes) 는 명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파월 의장은 FRB에 주어진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두 가지 사명 중 전자, 즉 인플레이션 억제에 방점을 찍었다. 적당한 시기에 경기를 배려해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 아니냐는 미국증시의 낙관론에 맞선 잭슨홀 발(發) 충격요법이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당국은 9월 20~21일로 예정된 차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대해 관심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경기를 달구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이르렀지만 여기서 금리 인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또 하나 주요국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 출범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정권의 위기관리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새로 취임하는 G7 정상은 트러스가 처음이다. 생활고에 대한 국민의 불만, 인플레 저지를 위한 금리인상으로 추락한 국내 경기, 그치지 않는 여당 내의 노선 대립, 기세등등하는 야당·노동당, 우크라이나 피로, 그리고 이미 진흙탕에 빠진 브렉시트  등 많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관심이다. ‘철(鐵)의 여자· 대처의 재래(再來)’ 라는 이미지로 톱의 자리에 오른 트러스 총리의 위기관리와 국가개혁의 수완이 벌써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 정반대로 금융완화 지속의 길을 택한 일본의 동향도 주목거리다. 달러화에 대해서 뿐 아니라 러시아 가스관 노르드스트림 공급 중단 연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유로화와 영국 트러스 신정권의 생활비 위기 대책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려운 외부환경 아래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물가상승의 피크아웃(정점) 수준과 그 타이밍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엔화 시세는 달러당 142엔을 기록, 7월 말 133엔대에서 한달반 사이에 9엔이나 떨어졌다. 현재 달러화는 폭넓은 통화에 대해서 강세가 진행.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실력을 나타내는 달러 지수가 장중 한때 110으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정책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도 미국만큼 큰 폭은 아니지만 추세는 따라갈 작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가가 계속 오르다가 8월에 잠시 주춤했는데 10월경에는 피크아웃을 맞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폈다. 무역수지적자는 계속되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라서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했다.

현재 한 총리와 추 부총리의 발언 등에서 포착되고 있는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을 추스르는 것이다. 규제완화와 감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호응하는 모습이다.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불황의 악순환을 신속히 끊어내기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며 ” '규제 완화'와 '기술 혁신'이 복합위기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는 일자리 창출도, 국가 경제 견인차 역할도, 인공지능(AI), 가상현실, 블록체인, 빅데이터, 바이오 등을 비롯한 신산업에서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를 떠나서 민생 문제,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지혜를 맞대고 손을 맞잡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빗거리, 정쟁의 요소를 최소화시키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우리 국민에게 목전에 와닿아 있는 처방도 효과적으로 내놔야 하는 것이 현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삼중고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누가 어떤 정당이 집권했느냐와 무관하게 인구 소멸, 저출산 고령화 사회, 에너지 전환과 같은 중장기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의 ‘2022 GGGF’에서는 ‘복합위기 처방전= 기업 살리기= 규제완화(감세포함) +기술혁신= 생산성 높은 경제=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라는 어려운 다원고차(多元高次) 방정식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지금부터 할 일이 명백해졌기에 이 방정식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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