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의 시대] 끝없이 추락하는 원화…커지는 S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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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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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 긴축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 수출둔화 등으로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이 고물가와 고금리를 부르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목된다. 잠시 주춤했던 달러 강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달 잭슨홀 미팅 연설 이후 수직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장은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했지만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자 킹달러 현상으로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당시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도 원화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재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봉쇄 정책을 펼쳤고 이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위안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약세로 연결됐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 적자는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더 많다는 뜻이어서 국내 달러 공급을 줄여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한다. 

다가오는 겨울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난도 원화 약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LNG 가격은 올라가고 대부분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은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원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차 저항선은 1365∼1380원대로 추산하고 있는데, 시장의 불안감이 상단을 계속 끌어올린다면 14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에 불과하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달러 독주에 전세계 통화가 끌려가는 상황"이라면서 "유럽, 중국도 미국과 더불어 동반 침체 위험에 노출되며 달러를 제어할 상황이 아닌 만큼, 당초 1350원으로 제시한 상단을 넘어 1차 저항선 1370원, 2차 1400원으로 후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도 "환율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수익성의 문제에 있기 때문에, 정책의 힘으로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낮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고물가·고금리를 부르고,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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