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조직개편 속도…알아서 '문재인 지우기' 솔선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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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8-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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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핵심 키워드' 삭제 수순…국정과제 이행 전면에

[사진=기획재정부]

정부부처가 조직개편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핵심 정책이 바뀌면서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전 정부 흔적 지우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는 이달 중 자체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본격적인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대비에 나선다. 국·과 신설과 조직재편 등 행정안전부가 전체적으로 추진하는 조직개편도 하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기재부, 일자리정책 축소·폐지…노동·교육·연금 개혁에 힘
우선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힘을 줬던 일자리정책은 축소·폐지하고 현 정권에서 추진 중인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위한 조직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구조개혁국이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개혁국 산하에는 경제구조개혁총괄과·일자리경제정책과·일자리경제지원과·인구경제과·복지경제과·청년정책과 등 총 6개 과가 있다.

이 중 일자리경제정책과는 고용정책과로, 일자리경제지원과는 노동시장정책과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주 사용하던 '일자리' 단어를 빼고 고용과 노사 관계를 각각 담당하는 과로 명확히 규정해 개혁을 이끈다는 것이다.

교육 개혁은 총괄과에서 담당할 전망이다. 그간 교육 개혁 사안은 인구경제과가 맡았지만, 저출산 등 인구 관련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인구경제과는 장기전략국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구조개혁국에 연금보건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연금개혁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지만 기재부에서 신설부서를 중심으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기재부 연금 관련 분야는 복지경제과에서 관장하고 있지만 복지·보건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분과가 결정됐다. 복지경제과는 복지를, 연금보건과는 연금을 주 업무로 맡게 된다.

이번 조직 재편에서는 장기전략국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의 통폐합도 예정돼 있다. 새 이름으로는 지속가능경제과가 검토 중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전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였고, 협동조합도 사회적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전 정부가 적극적으로 키운 정책인 만큼 이 역시 '문재인 유산 지우기'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원전 강국' 재건 준비…'에너지 전환'은 삭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원전과 첨단산업인의 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원전 관련 인원·조직을 보강해 '원전 강국' 도약을 위한 대비 태세를 갖춘다.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일단 원전수출국 신설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산업부 내 원전 관련 조직으로는 원전산업정책국 내 원전산업정책과·원전수출진흥과·원전환경과·원전지역협력과가 있는데 이 중 원전수출진흥과를 국으로 확대개편한다는 것이다.

원전수출국 신설은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 포함시켰던 사안이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원전 차관보(1급) 신설안도 담겨있다.

여기에 정부의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이 원전수출위원회로 격상돼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원전수출 최상위 종합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지원방안 조율·수립·점검부터 법·제도 개선, 원전정책·기술 자문 등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정부 계획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원전수출 조직 복원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체계가 본격적으로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우선 에너지산업실 에너지전환정책관의 이름을 에너지정책관으로 바꿀 계획이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전면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도약을 선언한 만큼 에너지 정책 총괄국의 이름에서 탈원전 정책을 연상시키는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과 단위인 에너지전환정책과 명칭도 에너지정책과로 변경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떠오르게 하는 신북방통상총괄과와 신남방통상과 이름도 변경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북방통상총괄과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신남방통상과는 아세안·인도 등과 통상 협력을 다루는 부서인데 두 부서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됐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에 참여하며 문 정권의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상태다.
 
공정위, 지주회사과 폐지…'재계 저승사자' 입지 위축 불가피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진 공정위 기업집단국 산하 지주회사과도 5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업집단국 소속 기업집단정책과·공시점검과·내부거래감시과·부당지원감시과 등 4개과는 행안부의 조직진단 평가에서 정규조직으로 확정됐지만, 지주회사과만 평가 기간이 1년 연장된 이후 다음달 말 폐지가 결정됐다.

행안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위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입법 절차에 착수할 예정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규제 정책을 주도했던 기업집단국 위상도 떨어지게 됐다. 기업집단국은 재벌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감시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려온 만큼 친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새 정부에서는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공정위는 지주회사과가 사라지더라도 지주회사와 관련한 중요 업무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집단국 내에서 관련 업무를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글로벌 기업결합 전담 인력의 추가 배치를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위 인력으로는 빠르게 늘어나는 국내외 다국적 기업의 M&A(인수합병) 심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글로벌 기업결합 전담과 신설'을 명시했지만 '정부 조직 슬림화' 기조에 따라 당장은 과 신설 대신 인력 보강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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