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 의약품 가격 대거 인상...국내 약가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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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08-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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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등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글로벌 빅파마)들이 백신에 이어 의약품 가격을 대거 올린 것으로 나타나며 국내 약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전문의약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업체의 협상으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미국 본사 제품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곧장 국내 약가에 반영하기 어렵지만 일반의약품과 비급여 의약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미국 시민단체 '합리적 약가를 위한 환자들(Patients for Affordable Drugs)'에 따르면 화이자, 암젠 등은 6월 24일부터 7월 5일 사이에만 133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의 중간 가격 인상률은 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리적 약가를 위한 환자들' 관계자는 "빅파마들은 재정적 건전성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약가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며 "회사가 백신으로 기록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화이자의 항암제는 네 번이나 인상됐다"고 분석했다.
 
◆ 화이자, 일부 의약품 최대 16.8% 가격 인상...작년 매출 97조원대 '폭등'
암젠(Amgen)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Enbrel)의 가격을 꾸준히 인상,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엔브렐은 암젠이 2002년 인수한 이뮤넥스(Immunex)에 의해 개발돼 1998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돼 왔다. 암젠은 2002년 소유권 인수 이후 약 가격을 27배까지 인상했다. 이는 초기 비용보다 457%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전례 없는 수익을 올린 화이자는 다른 바이오 의약품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화이자는 상반기 면역약인 솔루-코르테프 약가를 약 16.8%까지 올렸다. 폐렴구균 예방주사 프레브나 13과 프레브나 20의 원가도 각각 6.5%, 6.6% 인상했다.
 
특히 화이자의 백혈병 치료제 베스폰사는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4번의 가격 인상이 있었으며 현재는 미국 기준으로 한 병에 2만1056달러(약 27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화이자는 또한 코로나19 백신 가격도 연이어 인상하고 있다. 유니세프 백신 공급 가격 통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개발 초기인 지난해 유럽연합 등에 mRNA 백신을 평균 약 14.7달러에 판매했다. 그러나 추가 접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던 2021년 8월 무렵 화이자는 유럽연합과 계약하며 가격을 25% 올려 19.5유로(21.14달러)에 판매했다.
 
그 후 화이자 mRNA 백신의 가격은 더 상승하였고 2022년 4월 현재 고소득 국가들(HICs)에서 화이자 백신은 23~28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정부와의 거래에서도 올해 계약분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국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지난해 1조6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20년(3919억원)과 비교해 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본사인 화이자도 지난해 매출 813억 달러(약 97조4000억원)를 거둬들이며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했다. 이 중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368억 달러(약 44조1000억원)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이런 매출 폭등이 백신 등 의약품의 과도한 가격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작년 12월 한 생물공학자의 주장을 인용, 화이자 백신 1회분 원가가 76펜스(약 1193원)에 불과한데 영국 정부에 22파운드(약 3만4562원)에 납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1억8900만회분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며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했고 원가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화이자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백신 판매로 폭리를 취했다"고 지적하면서 화이자가 각국 정부와 맺은 계약에 대한 설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 측은 "가디언이 추정한 원가에는 연구, 유통 등 기타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백신의 세전 이익률은 20% 초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MSD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사진=연합뉴스]

 
◆ 빅파마 가격인상 제품 연내 공급가 조정 이어질 듯..."자동 반영됐을 가능성도"
글로벌 본사들이 연이어 약가를 올리며 같은 제품을 공급받는 국내도 일단 비급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인상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통상 비급여 제품은 본사 제품 가격 규정을 자동으로 따라간다. 또한 최근 물류비용, 의약품 원료 가격 등이 크게 오르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나온다. 실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작년 가격이 27%가량 인상됐는데 국내 수출품에도 적용된 바 있다.
 
실제 MSD는 7월부터 가다실9의 국내 공급가격을 기존 13만4470원에서 8.5% 인상된 14만59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해당 백신의 공급가격을 15% 올린 지 약 1년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제품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데 실제 본사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비급여 제품 판매가는 거의 자동으로 올라간다"며 "가격인상을 공지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 인상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화이자 또한 본사 가격 정책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이자 비급여 품목으로는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비안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로비큐아 등이 있다. 금연 치료 보조제 챔픽스의 경우 공급 중단 이후 현재 재공급 여부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 변동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본사 정책도 있지만 각 나라 정책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며 "비급여 제품의 경우 미국 가격 인상 영향을 받지만 현재 검토 단계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가격은 통상 그동안의 신약 개발 리스크가 반영되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의약품 가격은 신약개발 시 높은 실패율과 긴 개발 기간, 시장규모 등이 반영되어 가격이 책정된다.
 
바이오경제센터 관계자는 "특정 의약품의 시장지배력이 크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의약품 접근성에 영향을 준다면 그 원인이 파악돼야 한다"며 "다만 저소득 국가에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게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의약품의 국가별 가격 차이에 대해서는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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