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돈이 되는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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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8-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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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 되니까 한 거죠."

최근 만난 대기업그룹 임원은 최근 몇 년 동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원동력이 경제적인 이익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ESG는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세 부분을 적절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이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사실 ESG는 그리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다. ESG는 1987년 처음 활용되기 시작한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 뒤 기업의 사회적 책임(CDR)과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이후 ESG가 이를 포괄하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ESG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힘써온 열성적인 전도사는 금융자본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저탄소 전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경고하는 등 ESG 활동에 앞장섰다.

이에 다른 자산운용사는 물론이고 공적연금, 국부펀드들도 ESG 활동에 동참하면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 경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같이 금융자본이 ESG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금도 대거 쏠렸다. 글로벌에서 ESG 관련 펀드의 규모는 2012년 500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40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속 가능 채권 및 대출 상품 규모도 5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80배 증가했다.

다소 늦기는 했으나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국내에서 발행된 ESG채권은 1조25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6조7510억원으로 69배 이상 늘었다. 국내 20대 대기업그룹 중 상당수가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이사회에서 ESG 문제를 논의할 만큼 재계의 화두로 부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ESG가 돈이 됐던 셈이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 가스 등 에너지의 희소성이 치솟으면서 반대로 이를 대체하지 못하는 친환경 에너지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블랙록과 뱅가드 등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ESG 전도사를 자처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나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투자를 허용하는 등 ESG 원칙을 역주행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에서도 호황기에 했던 ESG 관련 약속을 불황기에도 지켜야 하는지 물밑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ESG와 수익성이 양립하지 못할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하나가 극단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치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면 수익성에서 눈을 돌린 ESG 정책은 허무해질 수밖에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도입한 기업도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경영의 뜻이 좋더라도 기업의 생존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ESG가 '옳은 일을 기업에 강제하는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기업에 수익성을 포함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이렇게 자리매김할 때 ESG의 가치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산업부 윤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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